언젠가 크오클 접게 되면

이렇게하고 떠나야지 했어요.


부질없는 미련으로

맛집 찾아온 손님의

유닛을 녹이지 말고

기지에 작은 샐러드바를 만들어

종일 지친 손가락을

쉬고 다시 털러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원래는..


사랑한다는 것으로 / 서정윤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꺽어

너의 곁에 두려 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 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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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rainblue)
**** 자유시대 부부 **** 마지막편(51)         09/29 15:04   164 line

[알림] 자유시대부부 (42)편에서 (47)편을 보시려면 li thakd을 치십시요.


                ***** 자유시대 부부 *****


51. 대구여 안녕~

호박색의 싱그러움, 뽀얗게 일어나는 하얀거품, 그리고 목젖을 적시며
온몸으로 스며드는 그 차가운 감촉...
누군 맥주의 하얀거품이 일면 파도소리가 들린다고 했던가?
누군지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여하튼 만남의 자리엔 언제나 맥주가 함께한
대지.아마...
하지만 지금 우리가 부딪히고 있는 잔속엔 1년남짓의 추억이 담겨있다.
옆집 진호가 이별파티를 하자며 꼬깃꼬깃컴퓨터바닥에 숨겨뒀던 비상금을
털어 맥주를 잔뜩사왔다.
내일이면 정든집을 우리신혼의 해방꾼인 진호를 스물몇해를 살아온 정든 
도시를 떠나야한다.
한달전 머뭇머뭇 창섭이 말을 꺼냈다.

"미영아. 너 여기떠나서 서울가서 살래? 거기 니가 좋아하는 락카페도 많
고 연극공연 하는 대학로도 있고 용돈 잘주시는 우리아버지도 계시잖아.
서울가면 한강도 있고 니가 좋아하는 순대볶음도 매일먹을수도 있고...
우리 서울가자..응?"

뺄살도 없으면서 "챠밍우먼"이라는 다이어트전문잡지를 방바닥에 펴놓고
책장을 넘기면서 한손으로는 포테이토칲을 먹던 미영이 책장을 소리날정
도로 닫으며 창섭을 올려다봤다.

"왜 갑자기 서울은? 한달에 한번씩가는데,뭐. 난 서울 별룬걸...무슨일
있어? 그런거 같네...하지만 난 서울싫어. 지하철 타고 지옥갈 생각없고
아는사람두 없고 여하튼 싫어!"
 
"나 서울본사로 발령받았어. 다음달엔 서울로 가야해. 원래 올해쯤엔 본사
로 발령날거 같았거든... "

"자기 혼자가! 난 싫어.싫다구... 엄마랑 아빠두 전부 여깄구 친구들도
여깄구 내가 아는 모든것들이 여기있다구...여하튼 안가! "

처음엔 미영인 서울은 가지 않겠다고 방방떴다. 한달에 한번씩 부모님
찾아뵙고 친구들이랑 모임때문에 서울에 갔을때도 미영은 대학로에서 
매일 연극을 볼수있다는게 부럽다고 신림동에서 소주랑 순대먹을땐 순대
볶음 매일 먹을수 있으면 좋겠다고 해놓구도 하루도 못가서 이러는거다.

"나 집에 가고 싶어. 빨랑 우리집에 가자..응?"

일주일동안 미영은 시무룩한채 창밖만 내다보며 지내는거 같았다.
퇴근길에 미영이 좋아하는 족발이랑 소주한병 사가지고 집으로 들어가는
데 낯선사람 몇명이 집에서 나오는게 보였다. 

"미영아. 좀전에 나오던 사람들 누구야?"

"으응. 이집에 이사올 사람들..."

하면서 머그잔에 커피를 잔뜩부어서 창가로 가더니 전화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해대는거였다. 족발을 들고 서 있는 창섭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응~나 미영이. 우리 이사갈거야.이달말에...응..응...가기전에 뭉치자.
그렇게 됐어..."

미영이가 전화를 내려놓을때까지 창섭은 족발을 든채 가만히 지켜보고 있
었다. 잔뜩풀이 죽은 미영의 어깨죽지가 작은새한마리처럼 약하게만 보였
다. 둥지잃을 염려로 풀이 죽은...

"너 서울 가기로 한거니? "

"으응...안갈려구 그랬는데 창섭씨 혼자 서울보내면 조강지처 버릴거 같
아서 그꼴은 못보잖아.난! 내일부터 짐정리도 해야하고 사직서도 내야하
고 할일이 참 많겠다. 그치?"


지난3주동안 미영은 전화로 이사한다고 인사하고 사직서내고 낮동안엔
친정에가서 부모님들이랑 지냈다. 하나밖에 없는 딸 시집은 갔지만 바로
옆에 살아서 시집보냈다는 생각을 못하던 부모님에게도 딸과 자주 못볼
생각에 마음이 편치는 않으실거 같아서 서울가기전에 자주찾아뵙기로
했다. 밤엔 친구들이랑 만나서 이별주를 마시고...
스물몇해 사는동안 정들었던게 참 많았는데 이젠 이곳을 떠나야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시렸다.
비내리는날엔 언제나 커피를 마시러갔던 카페 "레인", 하루에도 몇번씩
지났던 동성로, 시설은 엉망이라도 정들었던 극장들, 야시골목, 스무살
넘어서 친구들이랑 몰려다니며 술마셨던 민속골목의 술집들..특히 난장
같은 분위기의 "공주식당" , 20년을 지나다녔던 우리집골목 어귀...
창섭을 첨만났던 "왈츠"도 이젠 모짜르트로 바뀌었듯이 1년동안 정들었
던 7평짜리 좁다란 우리들만의 "집"과도 작별을 해야할거갔다.
거리가 내다보이는 유리창이 있는 7층 좁다란 방, 욕조없다고 내내 투털
대던 조그만 욕실, 스프링이 몇개 나가서 삐걱대는 철재침대...
이작은 공간에서 벼개를 던지며 다투기도 하고 삐쳐서 침대에서 밀어내
기도 하며 새록새록 정이 들어가던 우리들만의방이 이젠 내일이면 더이상
우리들의 방이 아닌 낯선방이 될것이다.
겨우 짐정리를 하고 이삿짐을 싸놓고 보니 겨우 트렁크 2개에 박스가 몇
개 일뿐이다.
가구는 어차피 붙박이 아니면 쓰던것들이라서 바꿔야할것 들이었으므로
가져가지 못하고 침대는 미영이 가져가자고 벅벅 우겼지만 창섭이 절대
로 안된다고 반대를 했다.

"넌 그런 광고도 안보냐?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너 남편허리 튼튼
해지는게 너자신을 위하는거라는것도 모르냐?"

결국 남은건 창섭과 미영이 입는 옷가지들과 컴퓨터같은것은 것들뿐이
었다. 처음 이방에 들어왔던것처럼 그렇게 떠나야할건가보다.
늘은것도 없고 버릴것도 없이 두사람만으로 충분했던 그때처럼.

"우리 참 가난하다.그치? 첨이집에 왔을때랑 늘은게 없잖아! 이거 주부가
살림을 제대로 한거야 만거야? "

괜히 센치해진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한마디 던지자 미영은 금새라도 벼
개를 던질것처럼 마시던 맥주잔을 놓고 던지는 흉내를 내다가 갑자기 
욕실로 달려갔다.
요즘 안그래도 괜히 맘이 편치 않은지 소화가 안된다면서 안색이 가끔
헬쓱해지는것 같더니 또 그런가보다. 최근에 신경을 너무 써서 위염이
도졌나 하면서 욕실에 따라가보니 변기뚜껑위에 동그마니 앉은채 미영
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우리 늘은거 있는거 같아. 식구하나 늘거 같아...흠!"

"응? 이게 무슨소리야? 식구가 하나 늘다니?"

"뭐긴 뭐야! 내가 살림잘해서 늘었다는거지! 피임약아끼느라 드듸어 사고
를 치고 마는건가봐! 그런건 아끼는게 아닌데~"

"그럼? 진짜루 우리 아기 생긴거야? 야~~~~~~호!"

창섭은 신이나서 미영을 번쩍들어서 빙빙돌렸다. 현기증난다고 미영이
발버둥을 칠때까지...
둘이 이젠 셋이 되어서 떠나게 되었다. 맨날 투닥거리며 갈팡질팡하던
전쟁터에서 승전보를 날리며 안정감있는 삼각형구도를 완성한채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짓기위해 건축기사 창섭이와 주택관리사 미영이는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로 건배를 했다. 

"진호씨~ 우리 축하해줘요. 뱃속의 우리꼬맹이를 위해서"

셋이서 잔을 들고 건배를 하려는데 갑자기 진호가 미영의 잔을 빼앗더니
우유를 한잔 따뤄주면서 이러는거다.

"주당들의 아기는 술병들고 나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끝>


<은갱이가 드리는 인사말>

자유시대부부를 사랑해 주셨던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릴께요.
진짠데...진심인데...진짜라니깐요~
근데 왜 메일보내도 답장안보내느냐구요? 에이...미안해용!
제가 좀 바쁘걸랑요.그런 핑계대지말라구요? 
그럼 뭐 사과말씀까지 드리죠.흠흠.
그동안 메일을 보내주신분들께 꼬박꼬박 답장을 드리지 못한
점도 함께 사과를 드리겠읍니다.
에고...진짜로 사과보내라고 그러면 어쪄나...
대구에 산다고 사과가 넘칠만큼 있는건 아니라니깐요.
대구에 사과 안나와요...사과는 경북능금이라니깐요!
농담그만하고 51편까지 일부러 찾아서 읽어주신분들 한분한분
다 이름을 적을수는 없지만 자유시대를 쓰는 동안 저역시
재밌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는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미숙하고 어눌한 글이었지만 사랑해주셨던 분들 진짜루 고마
워요. 언니.동생.누나.형님들 진짜루 진짜루 고마워요!
앞으로도 열심히 쓰도록 노력하겠읍니다. 좋은글 쓸때까지 말
입니다. 그럼 행복하셔요.



     단기4327년 9월29일 두꺼비각시 은갱이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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