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바람아이 | 3 ARTICLE FOUND

  1. 2012.01.06 편지0710
  2. 2012.01.06 성장이에게
  3. 2012.01.06 960902

안녕? 
앞머리에 뭐라고 쓰고 싶었는데 마땅한 호칭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안녕?"이라고 쓸수밖에 없네.
뭐 대충 "그리운"이라는 말다음에 호칭을 붙여야 할텐데 "그리운
성장씨"라고 쓰는것도 웬지 마땅치가 않고 그렇다고 "사랑하는
누구누구"라고 하는것도 괜이 낯이 간지러워서 마땅치가 않아 
아주 오랫만에 쓰는 편지 첫머리에 그냥 안녕이라는 인사를 먼저
써버렸어.
아침9시면 우리집은 썰물때의 바다처럼 조용하다 못해 고요해.
들리는 소리란건 내가 틀어놓은 TV소리나 옆집에서 들리는 수돗
물소리나 도리에 차지나가는 소리정도일뿐 그외의 소리는 모두
나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소리뿐 내가 침대에 누워 책을 읽을땐
모든 소리는 죽어있어서 무덤속 같아.
9시부터 12시까지 내가 집에서 나갈때까지 하는 일이란 책을
읽거나 TV를 보거나 아침설걷이뿐인데 예전같으면 아주 인심
쓰듯이 내가 기분이 좋거나 아님 화풀이할 대상이었을 설걷이가
이젠 아주 당연한 내몫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그래도 아직은 여전히 내가 책읽다가 지치거나 TV에 재밌는 프로
그램이 없을때 소일거리로 하는정도지만 얼마전에 엄마대신 유치원
에 두어시간 일하러 갔을때 퐁퐁풀은 물에 내가 닦은 2백개의 식판
을 생각하면 힘들것도 없고 귀찮게 느껴지지도 않아서 10분이면
손에 묻은 물기를 털어버리고 다시 하던일을 하게 되는거 있지.
가끔은 그런일도 해볼만 한건가봐. 예전같으면 억지로 하게 되는
설걷이에 짜증이 덕지덕지 붙어 싱크대가 온통 거품바다가 되었을
텐데 그런증상은 사라졌으니말야.
요즘은 책읽는 습관이 이상해졌어. 물론 예전에도 그런경향이 있긴
했지만 한권의 책을 다읽는 일은 드물어졌어. 이책 읽다가 또 다른
책이 보이면 또 다른책을 읽고 하루에도 여러권의 책들을 번갈아
보게 돼. 화장실갈땐 창문턱에 얹혀 있는 책을 읽게 마련이고 차에
탔을땐 뒷좌석 어딘가에 있을 책을 읽고 가게에선 쌓여져 있는 책
중에 가장위에 얹혀있는걸 읽게 되거든.
그러다보니 책한권을 읽는 시간이 예전보다 많이 길어진 느낌이야.
예전엔 책을 잡으면 그책을 다읽어야 다른책에 손이 가곤 했는데 
말야.
그래서 여전히 "그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라는 박완서 아줌마의
책을 읽다가 말다가 하고 있어. 예전보다 책들이 재미없어진걸까
아님 내가 책읽는일이 재미없어진걸까?
이렇게 키보드로 수다떠는일도 정말 오랫만이네. 그래서 그런지
아무래도 어색하다. 차츰 다시 익숙해지겠지,뭐.
역시 손으로 글을 쓰는일 보단 나에겐 키보드를 토닥거리는게 편
하고 익숙한거 같아. 그리고 한가지 손으로 글쓰는거 보다 좋은
점은 키보드를 두드릴때의 리듬감이랄까 그런게 경쾌해서 좋아,난.
어제부터 나 괜스리 마음이 설레이고 있다. 그래 자기가 표현한것
처럼 어릴때 소풍날 잡아놓고 하루 하루 기다리는 기분이야.
사실은 이번주말에 자기 기다리는게 더 가까운데도 왜 22일에나
떠날 여행이 더 날 설레이게 하는걸까?
빨리 시간이 지나가서 자기랑 둘이 손잡고 요것조것 시장도 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우리들만 오손도손 알콩달콩 재미있게 지낼수
있는 휴가를 떠날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때문에 조급증이 날 안절
부절 못하게 만들어.
2박3일이 아니라 한 일주일쯤 거기 눌어앉아서 우리들만의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물론 우리말고 두사람의 방해자가 있긴 하지만
그정도야 참야줘야겠지? 둘만의 시간속에 생길지도 모를 약간의
무료감을 지울 존재들로 말야.
우리들이 갈 월포집엔 있을건 다 있을거야. 방이 2개있고 수박을
모여서 먹거나 고스톱을 칠수있는 거실이 조그만해도 따로 있고
싱크대며 가스렌지도 있고 민박집에서 천막쳐진 수도꼭지 달랑
하나 달린 샤워기밑에서 혹시 누가 보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샤워
할 필요없는 욕실도 하나 있는 13평 남짓한 집이야.
집앞에는 나무그늘이 있는 잔디도 있고 뒷편엔 요즘은 있는지 모르
겠지만 사슴우리도 있고 나즈막한 산자락에 있어서 사람들한테 방
해받지 않고 휴가보내기엔 적당한 곳이지. 빨리가고 싶다.
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바다도 그리멀지 않은곳에 있어서 수영을 즐
길수도 있고 밤엔 바닷가에서 맥주라도 한잔할수 있을거야.
그런데 산자락에 있어서 바다에 갔다가 술한잔 마시고 걸어올라치면 
공동묘지를 지나쳐야해서 귀신을 만날지도 모르니까 꼬옥 차를 가져
가야할거야. 물론 자기가 처녀귀신을 만나고 싶다면 혼자 걸어와도
무방하지만 말야,끄끄~
에고 당장 가고 싶다. 근데 우리 따악2박3일만에 돌아와야 하는거야?
앞으로 사흘밤만 지나면 우리 만날수 있겠구나. 그치?
그동안 너무 늦게까지 사무실에 있진말아요. 잠이 부족해서 퀭한 눈이
떠올라서 걱정되니깐말야.
최소한 하루에 한끼는 밥먹고...아프지 말고...
어제 볼링안치고 그때까지 나 술마셨다면 혼낼거지요?
사실은 볼링장에서 만났는데 빈자리가 없어서 수성못에 가서 소주한잔
마셨어. 따악 2잔밖에 안마셨는데...정말루...
첨으로 닭발먹었다. 뼈없는 물컹물컹한 닭발~! 그냥저냥 먹을만은 했어.
자기 없으니깐 술도 맛이 없더라. 하긴 거의 한달만에 먹어보는 술이
맛있을리가 없지. 자기 오면 우리 둘이서 한잔하자,응?
그럼 오늘도 씩씩하게 하루 보내용~! 쪼~~~~~~~~~~~~~~~~옥!


                      넘 보고싶어서 눈병날것 같은 은갱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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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구...성장아..나 정말 띨하당..
정작 중요한건 안물어보고 너 밥먹는 시간만 늦게 만들었네.
나 며칠전에 무슨맘을 먹었는지 아래한글 들어가서 경로바꾸기에
서 무심결에 디렉토리지우기<F8>을 눌러서 글저장된 디렉토리를
싸악 지워먹었당...씽.
무식하기도 하징. 난 당연히 "지워도 되겠읍니까?YES.NO가 나올줄
알았는데 암것도 안나오길래 안지워진줄알았는데 세상에나 나한테
허락도 안받고 싸악 지워진거 있지...이를 워쪄다냐?
살려볼 방법이 없을까나?
난 정말 사고뭉치인가봐...엉엉엉~~~~~~~!
흐흐...너 저녁반찬으로 동상걸린 닭발 먹고 있는건 아니겄징?
케케...너두 동상 안걸리라는 법없으니깐 조심해. 잠안오고 심심
하면 밤새 간지러워서 자기발 바늘로 찌르며 긴긴겨울밤을 지새우
고 있을 나를 기억해주라.흑흑...
참참...딸시집보낸 친정아버지 심정인 지금의 네심사를 위로하는바
이며 축하한다...시원섭섭하겠다.
12시 다되어가는데 저녁먹고 넌 귀신 안겁나겠다. 먹고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는데 너 당장 귀신되어도 여한없지?12시 땡하면 귀신이
뽀로롱 하고 나타날거야 케케~!
농담그만 하고 편안한 푸욱 잘자...다리 쭈욱 뻗고 말야.
참 하나더~!
너 2월4일날 나 좀보자. 반월당에서 말야.
잊지는 않았겠지? 헌혈의 집 천사들 만나는 날이라는거!
꼬옥 네피를 뽑아서 헌혈을 하고야 말테다.기왕이면 성분수혈루.
아후~ 잼있당. 너의 헌혈은 인류의 행복!
그럼 잘자아...
빠빠~
                                엉뚱한친구 은갱이셨당.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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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9월  2일 월요일 (맑음) 
   (우리들의만남874일째)                     

*오후1시 대구역뒤->2시 가게도착 -> 장부정리-><당신을 닮은나라>읽기시작->7시30분 문화예술회관앞도착->8시 월성청쿠코아5층REST(정숙)->10시 출발->10시40분 예슬이네집(포도배달)->11시 집도착

아주(?) 오랫만에 내방에서 늦은잠을 자고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벌써 10시가 넘어있었다.
잠결에 엄마가 무언가 지시사항을 열심히 내 머리맡에 쏟아놓고 간것 같긴 한데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냉장고 문을 열고 포도를 와 눈이 마주치자 그제야 예슬이네집에 포도랑 멸치젓갈이며 고추가루를 챙겨다 주라는 말이 생각났고 부엌에 치우지 않은 밥상위에 구워놓은 두부를 보고서야 "마늘넣고 양념해서 ..."어쪄구 장황하게 늘어 놓은 엄마의 잔소리가 순식간에 되살아났다.
포도를 씻어서 아침대신 먹고 대충 정리하고 차를 찾으러 나섰을때가 벌써 1시가 가까워 오고 있어서 택시를 탈까 버스를 탈까 고민하다가 316번 버스가 내앞에 와서 서는 바람에 얼떨결에 타고 말았다.  결국은 옛날 국세청자리앞에서 버스를 내려 동성로를 쭈욱 따라 걸으며 느릿느릿   가을빛으로 바꿔진 거리를 구경하다보니 2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시내에 들른길에 머리나 자를까 하고 주머니를 뒤적여 봤더니 전재산이 겨우 5천원남짓...
여전히 긴머리카락을 치렁이며 며칠동안의 먼지를 더 뒤집어쓴채 그자리에 온전히 남아있는 차에올라타고 "긴생머리~"어쪄구가 나오는 DJ.DOC의 "여름이야기"를 들으며 가을속을 달려 여전히여름여자인 나는  가게로 향했다.

거의 한달동안 가게 선반 구석에 쌓여있던 "당신을 닮은 나라"라는 1억원짜리 고료를 타먹은 국민문학상 수상작을 꺼내들고 책위에 부옇게 쌓여
있던 여름먼지들을 털어내고 책장을 들추었다.
겨우 몇장 읽어 나갔을때 부터 울려댄 전화벨때문에 한장읽다말고 전화받고 또 그러기를 반복하다가 결국엔 내가 포기하고 전화를 읽기 시작했다.  하얀건반위에 쓰여진 숫자며 하얀건반수며 검은 건반 수, 그리고 다시 울릴전화벨의 수를 기다리며 ...
커피한잔 마시러 결국엔 정숙이네 집앞 까지 오늘도 어쪄수 없이 가야만 했다.
항상 오늘은 안가야지 하고 다짐을 하지만 결국엔 오늘도 예외없이 그녀의 집앞에 가있다.
그리고 결국엔 그 5000원이 말썽을 부렸다.  아침부터 주머니에 있던 5000원으로 커피를 마실작정 이었는데 커피를 시키고 계산서를 보니 6000원이란다. 동네 레스토랑에서 파는 커피가 한잔에 3000원이라니, 그것도 원두커피면 향기값이려니하고 참아보련만 내가 지독히도 싫어하는 인스턴트커피를 최소한3스푼은 넣고 태웠을 시커먼 커피한잔에 3000원이라니, 그것도 내주머니에 5000원밖에 없을때 말이다.
정숙이 주머니에선 동전이300원 나왔고 난 그나마 동전도 남아있지 않아서 결국엔 집이 가까운 정숙이가 집에 갔다올수 밖에 없었다. 정말 쓰디쓴 커피맛이었다.  
결국은 오늘 5000원밖에 없어서 머리도 자르지 못하고 커피조차 마실수 없었다. 비극이다.
하긴 5000원으로 서점에서 살수 있는 책도 잡지아니면 시집정도 이니...

구원병 정숙이가1000원을 가지고 나타나므로써야 겨우 느긋하게 쓰디쓴 커피나마 마시며 대화를 나눌수 있었다.
그동안 대구에서 사느냐 서울에서 사느냐 말이 많았던 정숙이와 영출씨가 결국엔 서울쪽에 집을 얻기로 했단다.  평촌쪽에 있는 다세대주택을 전세내어서 살기로 한모양인데 10월쯤에나 입주 할수있을거라는데 정숙이는 시무룩하다.
전세금의 대부분을 대출받아야 한다며 시작부터 빚투성이라고 걱정이 태산이란다.
그러면서도 나보고 나중에 방한칸 빌려줄테니 서울와서 성장씨랑 데이트 하란다. 인심도 좋으셔라. 하긴 우린 둘이 있을 방한칸이 없다.
누군가의 소원이었을 둘만의 방한칸이 나에게도 소원이 되어버렸다. 
우리들의 방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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