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앞머리에 뭐라고 쓰고 싶었는데 마땅한 호칭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안녕?"이라고 쓸수밖에 없네.
뭐 대충 "그리운"이라는 말다음에 호칭을 붙여야 할텐데 "그리운
성장씨"라고 쓰는것도 웬지 마땅치가 않고 그렇다고 "사랑하는
누구누구"라고 하는것도 괜이 낯이 간지러워서 마땅치가 않아
아주 오랫만에 쓰는 편지 첫머리에 그냥 안녕이라는 인사를 먼저
써버렸어.
아침9시면 우리집은 썰물때의 바다처럼 조용하다 못해 고요해.
들리는 소리란건 내가 틀어놓은 TV소리나 옆집에서 들리는 수돗
물소리나 도리에 차지나가는 소리정도일뿐 그외의 소리는 모두
나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소리뿐 내가 침대에 누워 책을 읽을땐
모든 소리는 죽어있어서 무덤속 같아.
9시부터 12시까지 내가 집에서 나갈때까지 하는 일이란 책을
읽거나 TV를 보거나 아침설걷이뿐인데 예전같으면 아주 인심
쓰듯이 내가 기분이 좋거나 아님 화풀이할 대상이었을 설걷이가
이젠 아주 당연한 내몫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그래도 아직은 여전히 내가 책읽다가 지치거나 TV에 재밌는 프로
그램이 없을때 소일거리로 하는정도지만 얼마전에 엄마대신 유치원
에 두어시간 일하러 갔을때 퐁퐁풀은 물에 내가 닦은 2백개의 식판
을 생각하면 힘들것도 없고 귀찮게 느껴지지도 않아서 10분이면
손에 묻은 물기를 털어버리고 다시 하던일을 하게 되는거 있지.
가끔은 그런일도 해볼만 한건가봐. 예전같으면 억지로 하게 되는
설걷이에 짜증이 덕지덕지 붙어 싱크대가 온통 거품바다가 되었을
텐데 그런증상은 사라졌으니말야.
요즘은 책읽는 습관이 이상해졌어. 물론 예전에도 그런경향이 있긴
했지만 한권의 책을 다읽는 일은 드물어졌어. 이책 읽다가 또 다른
책이 보이면 또 다른책을 읽고 하루에도 여러권의 책들을 번갈아
보게 돼. 화장실갈땐 창문턱에 얹혀 있는 책을 읽게 마련이고 차에
탔을땐 뒷좌석 어딘가에 있을 책을 읽고 가게에선 쌓여져 있는 책
중에 가장위에 얹혀있는걸 읽게 되거든.
그러다보니 책한권을 읽는 시간이 예전보다 많이 길어진 느낌이야.
예전엔 책을 잡으면 그책을 다읽어야 다른책에 손이 가곤 했는데
말야.
그래서 여전히 "그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라는 박완서 아줌마의
책을 읽다가 말다가 하고 있어. 예전보다 책들이 재미없어진걸까
아님 내가 책읽는일이 재미없어진걸까?
이렇게 키보드로 수다떠는일도 정말 오랫만이네. 그래서 그런지
아무래도 어색하다. 차츰 다시 익숙해지겠지,뭐.
역시 손으로 글을 쓰는일 보단 나에겐 키보드를 토닥거리는게 편
하고 익숙한거 같아. 그리고 한가지 손으로 글쓰는거 보다 좋은
점은 키보드를 두드릴때의 리듬감이랄까 그런게 경쾌해서 좋아,난.
어제부터 나 괜스리 마음이 설레이고 있다. 그래 자기가 표현한것
처럼 어릴때 소풍날 잡아놓고 하루 하루 기다리는 기분이야.
사실은 이번주말에 자기 기다리는게 더 가까운데도 왜 22일에나
떠날 여행이 더 날 설레이게 하는걸까?
빨리 시간이 지나가서 자기랑 둘이 손잡고 요것조것 시장도 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우리들만 오손도손 알콩달콩 재미있게 지낼수
있는 휴가를 떠날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때문에 조급증이 날 안절
부절 못하게 만들어.
2박3일이 아니라 한 일주일쯤 거기 눌어앉아서 우리들만의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물론 우리말고 두사람의 방해자가 있긴 하지만
그정도야 참야줘야겠지? 둘만의 시간속에 생길지도 모를 약간의
무료감을 지울 존재들로 말야.
우리들이 갈 월포집엔 있을건 다 있을거야. 방이 2개있고 수박을
모여서 먹거나 고스톱을 칠수있는 거실이 조그만해도 따로 있고
싱크대며 가스렌지도 있고 민박집에서 천막쳐진 수도꼭지 달랑
하나 달린 샤워기밑에서 혹시 누가 보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샤워
할 필요없는 욕실도 하나 있는 13평 남짓한 집이야.
집앞에는 나무그늘이 있는 잔디도 있고 뒷편엔 요즘은 있는지 모르
겠지만 사슴우리도 있고 나즈막한 산자락에 있어서 사람들한테 방
해받지 않고 휴가보내기엔 적당한 곳이지. 빨리가고 싶다.
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바다도 그리멀지 않은곳에 있어서 수영을 즐
길수도 있고 밤엔 바닷가에서 맥주라도 한잔할수 있을거야.
그런데 산자락에 있어서 바다에 갔다가 술한잔 마시고 걸어올라치면
공동묘지를 지나쳐야해서 귀신을 만날지도 모르니까 꼬옥 차를 가져
가야할거야. 물론 자기가 처녀귀신을 만나고 싶다면 혼자 걸어와도
무방하지만 말야,끄끄~
에고 당장 가고 싶다. 근데 우리 따악2박3일만에 돌아와야 하는거야?
앞으로 사흘밤만 지나면 우리 만날수 있겠구나. 그치?
그동안 너무 늦게까지 사무실에 있진말아요. 잠이 부족해서 퀭한 눈이
떠올라서 걱정되니깐말야.
최소한 하루에 한끼는 밥먹고...아프지 말고...
어제 볼링안치고 그때까지 나 술마셨다면 혼낼거지요?
사실은 볼링장에서 만났는데 빈자리가 없어서 수성못에 가서 소주한잔
마셨어. 따악 2잔밖에 안마셨는데...정말루...
첨으로 닭발먹었다. 뼈없는 물컹물컹한 닭발~! 그냥저냥 먹을만은 했어.
자기 없으니깐 술도 맛이 없더라. 하긴 거의 한달만에 먹어보는 술이
맛있을리가 없지. 자기 오면 우리 둘이서 한잔하자,응?
그럼 오늘도 씩씩하게 하루 보내용~! 쪼~~~~~~~~~~~~~~~~옥!
넘 보고싶어서 눈병날것 같은 은갱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