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반지가 결혼전 출력해 놓은 인쇄본을 찾았았습니다. 중간중간 빠진 부분들을 채워놓을 수 있겠네요. 일일이 타이핑을 해야하니 시간은 좀 걸릴듯...... ^^;
10. 신혼트러블 - 잠버릇
“쿵~”
“끙~~”
이것은 나와 미영이가 결혼한 지 367일이 지난 1994년 5월 3일 새벽 3시 10분에 우리들의 오피스텔에서 나는 소리다. 쌍둥이도 세대차이가 난다는데 1969년 1월 11일 생인 나와 1969년 9월 16일 생인 미영이는 자그마치 248일 정도의 세대 차이가 나는 것을 우린 결혼 전에는 결코 알 수 없었다는 게 우리의 불행이었는지도 모른다. 하긴 미영이가 엄마뱃속의 양수 속에서 수영하고 있을 때 난 이미 백일잔치도 했었고 보행기도 타고 있었으니까 미영이의 부족함을 내가 참아 줘야하는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건 나의 수면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침대에서 떨어지는 비극적인 사태가 하룻밤도 빠지지 않고 벌어진다는 것이다. 여러분도 아시리라. 잠든 상태에서 침대에서 떨어진다는 건 63빌딩에서 다이빙 하는 것만큼이나 살벌한 느낌이라는 걸…….
미연인 잠버릇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고약하다. 내목위로 그녀의 종아리가 얹혀있기가 다반사이며 그뿐이면 참을 수 있다. 사랑하는 그녀이기에…….
하지만 매일 밤 그녀의 몸부림에 의해 침대에서 떨어짐을 당한다면 사랑이고 뭐고 분노가 화산처럼 치솟으리라는 건 미루어 짐작하실 것이다.
아~ 이래서 그 유명한 영화 “장미의 전쟁”에서 마이클 더글러스는 아내를 죽이고 싶어졌는지 모른다고 그때의 살벌한 정경과는 상관없이 이해할 것 같은 심정이었다. 나의 신부의 얼굴은 정말 화장발 없이도 조명발 없이도 성형발 없이도 아름답다.
요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잘 꾸민 얼굴들을 보면 쌍꺼풀 수술을 하고 지방질을 빼고 코를 조금 높이고 화장을 하고 나서면 누구나 볼만한 미녀로 둔갑을 해서 남자들의 시각을 혼란시키지만 내 신부는 화장을 말끔히 지운 얼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요즘처럼 얼굴에 칼 안댄 여자가 없는 세상에 천사얼굴을 가진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천사의 얼굴을 가진 그녀의 침대에서의 다른 얼굴이란……. 참으로 날 견딜 수 없게 하고 만다. 물론 나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벽에 붙어 자보기도 하고 그녀를 팔베개해 줄 때도 절대 침대 가장자리 쪽으로는 절대 가지 않으려고 주의를 해보지만 잠이 들면 어디 그런가?
하지만 나의 가장 큰 불행은 그녀가 자신의 그런 잠버릇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아침에 깨어나서 미소를 짓는 그녀에게 감히 내가 어찌 불평으로 그녀의 아침을 망칠수가 있겠는가?
차라리 그녀가 이빨을 갈았더라면 차라리 그녀가 코를 골았더라면……. 그렇게 밤새 떨어지고 나면 잠들지 못한 벌겋게 충혈 된 눈으로 출근을 하면 회사동료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꼬옥 한마디씩 한다.
“석창섭씨~ 아직도 신혼이야?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좋을 때다 좋을 때…….”
벌써 잠들지 못한 채 깨어있는 시간이 2시간째가 넘어서고 있다. 조금만 있으면 나의 그녀는 깨어날 것이다. 5시 30분쯤.
그동안 담배로도 피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침대 옆에 있는 보조탁자 위를 더듬거려서 담뱃갑을 찾아냈다.
“흠……. 내꺼 아니군…….” 하면서도 새끼손가락 반 정도의 굵기인 미영이가 애연하는 “피네스”를 집어서 입에 물었다. 우린 취향이 틀려도 너무 틀렸다. 내가 91년도부터 하나로를 피는 반면 미영인 결혼 전에도 그랬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피네스를 피운다.
“앗! 떠올랐다. 왜 여태 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그 방법이란 아내를 혼자 침대에 재우고 침대아래에 요멩 몫고 따로 자는 것이다. 자 그럼 한번 자볼까나?
“흠.. 역시 난 온돌방에서 자는 신토불이 체질이야.. 바로 이거야..”라며 응얼거리면서 창섭은 오랜만에 깊은 잠이들것 같았다.
“앙앙~ 훌쩍.... 앙앙... 훌쩍..”
잠결에 들어도 이건 분명히 미영이가 우는 소리가 분명했다. 누가 우리 이쁜 마누라를 울리는 거야~
미영은 어린애처럼 베개를 껴안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있었다.
“에고... 우리 이쁜 마누라 무서운 꿈꿨어? 일루와 아이 착하다...”
하며 손을 벌렸지만 미영이는 더 큰소리로 울어대는 거다.
자기... 울쩍... 나 ... 소박 .. 맞은... 거지? 그치? 우리 인제 각방 쓰는 거야? 내가 미우면 말로해도 되잖아... 훌쩍...“
아이쿠~ 세상에 저런 토끼 같은 아내를 조금 편하게 자보겠다고 울렸군. 창섭은 울고 있는 아내를 안아다가 토닥이며 자초지정을 말했더니 순식간에 토끼에서 여우로 변신한 미영이 창섭의 옆구리를 찌르면서 하는 말이 가관이다.
“아니... 자기.. 그럼 여태껏 떨어진 거야? 어디어디.. 허리 안 다쳤어?
<다음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