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경   (thakd   )
[소설] ***** 자유시대 부부 ***** (47)        09/10 12:06   115 line

                   ***** 자유시대 부부 *****

47. 서울부르스 (5)

3년전 서울역에서처럼 명진은 커피가 든 종이컵을 양손에 든채 빙글거리며
서 있었다.

"훗~ 명진이 너 여전하구나? "

"너 나오는거 보고 일부러 커피뽑으러 갔던거야. 입술색깔보고 알아봤지.
멀리서 걸어나오는대두 금방 알아봤으니까..."

하긴 명진을 만났던 그즈음엔 미영은 항상 겔랑의 빨간색립스틱만 바르고 
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다. 명진이 대구를 떠난후엔 거의 바르지 않았지만.
명진의 차를 타고 홍대앞에 있는 카페 "데님"으로 갔다. 예전에 같이 만났
던 장소라서 편하고 좋았다. 지우도 이곳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던 모양
이었다. 

"미영이 넌 여전하구나! 여전히 씩씩하고 화려하구 그리고 ..."

"그리고? "

"평화로와보인다."

"그거 좋은소리야? 아줌마같은 분위기라는걸 좋은말로 돌려댄거 아냐?"

"왜 찔리는거 있니? 아직은 아줌마로 보이진 않아...행복해보여."

"넌 결혼안해? 너라면 여자들이 환영할텐데..."

"글쎄...아직 너같이 씩씩하고 튼튼한 여자를 못만나서 그런가봐..."

지금쯤이면 명진이를 만나도 맘이 시리진 않을것같았는데 이렇게 다시 명
진을 마주하고보니 맘이 저려왔다. 아마도 명진이를 만나면 언제라도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0년후에도...첫사랑이란 언제 어디
에서 만나도 시린가슴일테니까.
우린 그렇게 좋은맘이었는대도 이렇게 어색한 해후를 하게 되는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명진의 쳐다보지만 명진의 눈빛을 마주하기 두려워 명진의
어깨쯤에서 시선을 내리고 말았다.
그런맘을 감추려고 손가락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커피잔손잡이를 힘주어 
만지작거리는 바람에 커피잔 손잡이가 부서질것만 같았다.
명진이두 이런느낌일까 ?

"미영아. 나 이제야 말인데 니결혼식날 술진탕먹구 "너의 결혼식"불렀었다
는거 모르지?후후..."

"칫~ 설마 니가...그랬을라구?나두 사실은 결혼식날 자꾸만 하객들속에서 
니모습을 찾게 되더라...와줄거라고 생각했는데...너라면."

"그땐 진심으로 널 축복해줄수 없을것 같았어.아까 공항에서 걸어나오는
니모습을 봤을때 나 기뻤다. 니가 행복해보여서..."

"왜 우린 그렇게 서로 좋아했으면서 이렇게 만나게되는 걸까?"

"그게 하나님아빠가 만든 운명의 아이러니 아니겠니?"

"그래...운명..."

"지우...내일 결혼식에 올까?"

그해겨울 첨만났던날 피자헛 2층으로 올라오던 미선이를 보는 순간부터 지
우의 마음속에 사랑이 시작된것인지도 몰랐다.
어느날엔가 지우가 미선이를 데리고 포천엘 가서 그날 돌아오지 않았던 사
건이로 인해 명진과 미영은 어렴풋이 지우의 감정이 충동적이지만은 않았
던것이라는걸 짐작했다.
그즈음 술에 절어서 지냈던 지우는 말잘듣는 아이처럼 미선이가 기뻐하는
걸 보기위해 술도 끊고 어깨까지 내려왔던 긴머리카락도 말끔히 자르고
미선일 위해서 노래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우가 예전보다 더 많이 술을 마시고 휘청일때 미영은 미선의 창
백한 얼굴과 버스조차 타기 힘들정도의 어지럼증, 서울랜드에 놀러갔을때
그늘에서 다른사람들 즐거워하는 모습만 지켜보던 예사롭지 않았던 미선의
행동을 떠올리며 미선이 건강하지 못하다는걸 깨달았다.
그즈음의 하루하루가 미선이에게는 선물같았던 날들이었음을 알았을때 미
선이는 수술을 위해서 미국으로 떠났었다. 스스로 죽음을 예감하며 유서
같은 시들을 써놓고...
하지만 미선이는 돌아왔다.미국에서는 수술조차 못한채 돌아온 그한해동안
내내 하얀병실에서 수술과 검사를 반복하며 시들어갔다.
지우...지우는 미선이 떠나는 모습을 견뎌낼수 없다며 군대에 지원을 했
다. 그리고 내일 미선은 결혼을 한다. 지우아닌 다른남자와.
그리고 미선이 결혼하는 자리에서 네사람은 다시만나는게 되었다.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들인데 이젠 다른길을 걷고 있는거였다.

"저 미영누나...명진이형..."

정말 어색해진 짧은 머리라는 노래가사가 실감나는 그을은 건강한 얼굴을
한 군복차림의 지우가 하얀치아를 드러낸체 빙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예전의 조금은 우수띤 얼굴에 어색한 미소로 말없던 지우의 모습이 아니
었다. 환하고 밝아보였다.
지우라면 아마도 미선의 결혼식에서 가장 많은 축복을 보내줄지도 모른
다. 미선이를 좋아했던 그마음만큼...

"누나 미선이 행복하겠지?"

"응..."

"나 오늘 술고픈날인데 형이 술사줄거지? 오늘만 마시고 내일부터는 술
안마실거야. 미선이랑 약속했거든..."

말없이 술만 마시던 지우는 어슬픈 눈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한채 먼저
일어섰다.
지우의 뒷모습이 걸린 창가에서 미영은 걷고 싶다는 생각에 휘청이며
거리로 나섰다. 걷다가 걷다가 지쳐버릴쯤에 지하철역이 눈앞에 있었다.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휘청이는 몸을 벽에 나란히 기대어
선채 명진이 미영의 얼굴에 담배연기를 뿜어내며 익숙한 웃음을 지었다.

"오랫만에 너랑 둘이 술 취한채 걸어보는구나. 기억나? 크리스마스이브날
술 많이 마시고 계산성당까지 둘이 걸어갔던거?"

"응...기억나. 너랑 전통찻집에 들어갔었는데 화장실간 니가 한참을 안
나와서 내가 너 찾으러 간것두 기억나?"

"넌 별걸 다 기억하는구나? 어~ 근데 미영아 저옆에 사람 아까부터 계속
너 쳐다보고 있는데...아는사람이니?"

<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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