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경   (thakd   )
[소설] ***** 자유시대 부부 ***** (46)        09/08 14:43   115 line

                   ***** 자유시대 부부 *****

46. 서울부르스 (4)

<.........그리고 언니! 공항에 명진오빠가 마중나갈거야...........>

창섭이 젖은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아내다말고 미영의 표정을 살폈다.

"많이 아픈거야?안색이 안좋다..."

"아냐아냐...그냥 좀 피로해서 그래. 좀 누울래..."

창섭이 다가와서 떨어져있는 편지지를 주워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미영의
이마를 짚었다. 

"열있네...저녁 안먹었지? 스프 끓여줄께. 약먹고 푸욱자자 우리이쁜아
기~!"

서투른몸짓으로 양파를 썰고 있는 창섭의 마른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창섭
이 놀라서 돌아볼만큼 허리를 바싹 당겨안았다.

"난 자기가 참좋아...쪼옥~ "

지난추억에 휘청이느라이며 가장 소중한사람을 소홀하게 대하고 있던 자
신을 자책하는 마음에 미영은 좀처럼 하지않는 말을 하고 있었다.




"미영아~ 빨리 일어나 9시 비행기 타야한다며!"

"응? 지금몇시야? 세상에 왜 이제 깨우는거야..."

미영은 순식간에 옷을 벗어던지고 욕실로 달려갔다. 하긴 옷이래야 겨우
박스티셔츠하나 뿐이었지만 그녀가 욕실로 간후의 방바닥은 태풍이 지나간
것처럼 어수선해보였다.
창섭은 미영이 벗어던진 티셔츠를 주워서 걸고 널부러진 침대위를 정리하
고 난후 테이블위에 얹혀진 편지를 챙겨서 미영의 책상위에 올려놓으려
다가 호기심에 편지를 읽고 있었다.
편지를 읽어내려가면서 표정이 굳어졌던 창섭은 욕실문이 열리는 소리에 편
지를 재빨리 책상위에 놓아두고 붙박이장을 열어 옷을 고르는척하다가 미영
을 돌아보며 싱긋웃었다.

"우와~ 빠르네. 겨우8분20초밖에 안걸렸네...기네스북감이야!"

미영은 바쁜데도 가볍게 향수까지 뿌리고 항상바르던 오렌지색 립스틱이 
아닌 아끼느라고 좀처럼 바르지 않던 겔랑의빨간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오늘은 오렌지색 안발라? 빨간립스틱도 예쁘긴하지만~"

"으응...그냥"

"늦겠다 나 먼저 내려가서 시동걸고 있을께..."

창섭은 편지내용이며 미영의 빨간입술이며 유혹적인 향기가 썩 내키지는 않
지만 내색하지 않기로 했다.
미영은 방안을 둘러보고 나가려다가 책상위에 얹혀있는 편지를 집었다.
힘이 들어간자리에 구김이 남아있었다. 창섭이 본게 분명한거 같았다.

"창섭씨 왜 아무말도 안해?"

"응? 무슨말?"

"편지봤지? 그치? 에~ 그러구 보니 질투하면서도 안그런척 하는거 뻔히
보인다 보여~"

"질투는 무슨..."

"명진이 내가 예전에 좋아했던애야. 기분나쁜거야?그래?"

"너라면 기분좋겠어?예전에 좋아했던 남자만나러 가면서 맘설레는 니모습 
바라보는 기분이 좋으면 이상하지"

"맘이 설렌다구? 그런말이 어딨니? 차세우고 나 잘봐! 이뻐?안이뻐?"

"신경질날만큼 오늘따라 더이쁘다.왜?"

"거봐. 나 석창섭표 마누라 맞지? 내가 오늘따라 더 신경쓰는건 다 자기
때문이야! 내가 만약에 초라하고 시들한 모습으로 명진이나 미선이만나봐.
창섭씨 욕먹는거 뻔하잖아?이 립스틱 잘어울려?"

"후~ 내가 졌다. 잘어울려 뽀뽀하고 싶을만큼!"

"그럼 뽀뽀하지,뭐~쪼옥!"




첨으로 비행기를 타는 기분은 뭐랄까 눈치보며 졸이는맘으로 서툴게 담배
를 처음 피울때의 느낌이라면 비슷할거라는 생각을 하며 스튜디어스가 건
내주는 커피를 받아마셨다.
탑승구에서 나눠주는 신문이 공짜라는걸 알았으면 집어왔을건대 하는 후회
를 하며 창밖에 점점이 깔린 구름위로 3년만에 만나는 명진의 모습을 떠올
려 봤다. 
명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게 일단 겨울, 첫눈내리던날 밤새걷던일, 술취한
채 찾아들었던 계산성당이 떠오르고 얼굴도 모른채 만나서 떠났던 감포의
겨울바다냄새, 너무도 잘어울렸던 아이보리색 스웨터, 명진이 좋아했던노
래"November rain", 그리고 영화배우 이영하...갑자기 이영하가 왜 떠오르
냐면 언뜻 스치는 이미지가 이영하를 닮아있었어...하지만 이영하처럼 잘
생겼다고는 할수없지. 여전히 그런이미지일까? 창섭에게는 부인했었지만
3년만에 만나는 명진에 대해서 설레임이 없다는건 거짓말이야.
창섭을 처음만났을땐 가끔 창섭에게서 명진의 이미지를 찾고는 했었으니까. 
물론 지금은 창섭을 더 사랑하긴 하지만 말야.
명진에 대한 생각으로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는동안 대구하늘에서 서울로
벌써 옮겨져 있는거였다. 명진은 어떤모습일까 하는 설레임으로 출구를 빠
져나와서 한참을 두리번거려도 명진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

"도착시간을 잊은걸까? 아니면..."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구두끝만 보면서 왔다갔다 하는데 커피냄새가 바로
등뒤에서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

"커피마실래요?"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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