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경 (thakd )
[소설] ***** 자유시대 부부 ***** (43) 09/02 12:03 136 line
***** 자유시대 부부 *****
43. 서울부르스 (1)
일주일에 2번있는 백화점문화센타의 제과 강습이 있는 날이어서 찐고구마와
포도 몇송이로 이른 점심을 먹고 여유롭게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서있는데
삐삐가 왔다. 집에 들어가서 전화를 하고 나면 늦을거 같아서 일단 엘리
베이터를 타고 난후에 번호를 확인했다.
"서울이네...누구지?"
다행히 오늘은 미영이 차를 이용하는 날이라서 택시잡으려고 뜨겁게 데운
후라이팬같은 아스팔트위에 서있지 않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아침에 창섭이 말끔히 목욕시킨 애마를 운전해서 신천대로쪽으로 접어드는
데 또 삐삐가 왔다.
"알았어.알았다구...티코아닌게 천만다행이지..원~"
여성전용주차장이 있는게 얼마나 다행인가를 절감하며 능숙하게 주차를
시킨후에 곧장 공중전화기로 삐삐가 들어온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혹시 삐삐치셨어요?"
"언니? 나야 미선이야. 삐삐쳐도 전화도 안하고 뭐야? "
"미선이? 너였니? 후~ 잘지냈지? 대구 놀러좀 오지 그랬니?"
"언니...나두 결혼한다. 올거지?그치?"
"결혼?잉~ 갑자기 웬결혼? 지난번에 암말없었잖아"
"후...그남자 만난지 겨우 한달된걸,뭐. 이번일요일에 결혼해!올거지?
비행기표 부쳤으니까 꼭와..알았지? "
"응..가야지...근데 너무 빠르다...요즘애들은 정말..."
'6개월만에 결혼하는것도 빠르대더니 한술 더 뜨네...지지배..'
미선인 컴퓨터통신으로 만난지3년된 동생이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것도
미선이때문이라고해도 좋았다. 어쪄면 미선이를 만나지 않았다면 글같은
건 쓰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미선인 스와니라는 별명을 좋아했다.
그해겨울 우연히 통신을 하다가 대화실에서 미선이를 만났고 미선이보다
한살 많은 지우를 만났고 지우보다 한살많은 미영이와는 동갑인 명진을
한대화실에서 만났다. 전화선을 타고 네사람의 마음이 통했었는지 어땠
는지 만나기로 했다. 서울...신촌이대앞 피자헛에서 일요일11시.
미영은 부푼가슴을 안고 서울행 첫기차를 타기위해 잠을 못자서 핼쓱한
얼굴을 하고 12월, 입김까지 얼어붙을것 같은 서울역에 내렸다.
처음온 서울이라서 혹시 촌닭같이 보이지나 않을까 화장실에서 몇번씩
화장을 고치고 요리보고 조리보고 묻어있지도 않은 촌티를 털듯 옷자락
을 털어내고 지하철을 타러 지하철역에 내려갔다.
앞에 사람 하는걸 잘보고 표를 끊고 개찰을 하고 지하철 노선표가 구멍이
나도록 들여다 본결과 용케도 이대전철역에 무사히 내려 피자헛을 찾았다.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와서 보니 아직 피자헛엔 손님이 없고 썰렁
한 분위기였다.
창밖을 내다보며 콜라속에 들어있는 얼음을 와작거리는데 입구에 긴머리
남자애가 계속 왔다갔다 하는것이 보였다.
검은 가죽점퍼에 금속징을 박은 무릎까지 오는 긴부츠를 신은 오토바이족
같은 남자애가 힐끔거리며 시계를 보다가 미영이 앉아있는 2층 유리창을
올려다 보다가 하면서 왔다갔다 하는거였다.
"혹시?지우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내려가서 물어볼까 하다가 다시 자리에 앉아버렸다.
지우는 좀 거칠고 투박하고 걸죽한 목소리의 남자애 같았는데 저남자애
는 남자애치고는 얼굴이 참 곱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곱상한 얼굴의 남자애가 소리를 빽빽질러대고 있는거 같아서
잘 들어보니 이러는 거다.
"에이..씨~ 뭐야 이거 좀일찍들 다니면 안되나? 미선이두 그렇구 미영이
누나도 그렇구 ..."
"잉?미영이...미선이?"
얼음도 다먹어버리고 난 빈콜라잔에 꽂힌 빨대를 만지작거리던 손으로
빨대를 구겨버리고 미영은 후다닥 유리문을 밀고 슬며시 투덜대고 있는
남자애 옆에 바싹 붙어서서 그애 하는대로 시계를 보다가 왔다갔다가
따라해보았다. 왔다갔다 하다가 그애가 돌아서는 순간에 마주쳐다
보자 그애가 화들짝 놀라서 얼굴이 상기된채 돌아서는거였다.
"혹시 지우?"
"어~ 혹시 미영누나?"
둘이 되어서도 여전히 눈은 유리창밖을 향하고 귀는 열어놓은채 미선이와
명진이를 기다렸다. 11시...그리고 11시30분...11시50분.
"누나 두사람 안오나봐.벌써 50분이나 지났잖아. 서울사는 사람들이 이래
두 되는거야?"
"서울 교통많이 막힌다며? 10분만 더 용서해주자. 미선이한테 전화했니?"
"자동응답기만 돌아가요.오늘따라 검은옷 입은 여자애가 많담.칫!"
지우와 미선인 서로 잘알아보기 위해서 둘다 검은옷을 입고 오기로 했다
는데 지우는 용케 만났지만 겨울이라 그런지 여자애들 옷색깔이 거의가
검은색이어서 미선이가 왔었는지 어떤지 알수가 없었다.
"백미영손님 전화왔읍니다"
"미선이나 아니면 명진일거야."
"여보세요? 명진이니? 어디야?어디라구?"
공중전화박스안에서 푸른파카를 입은 남자애가 손을 흔들어보였다.
"반가워...왜 이렇게 늦었니?"
"늦었다구? 지금 11시 아냐?"
"지금 11시58분이다...너 오늘 각오해야 할거다..."
그리고 다시 12시...12시 10분.지우가 미선이한테 전화를 다시 해보겠다고
동전을 들고 일어섰다. 잠시후 돌아온 지우의 시무룩한 표정이라니...
"누나 미선이 왔다가 못찾고 그냥갔다고 훌쩍거리는거 있죠.근데 참 이상
해요. 미선이 통신할때보믄 굉장히 과격하고 우람한 스타일 같잖아요?
근데 못만났다고 울어요...절대 울거 같지 않은애였는데..."
그후 20분. 미선이 도착했을것 같은 시간쯤 세사람은 여섯개의 눈을 빛
내며 이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을 초능력으로 부서버릴것 처럼 온신경을 그곳
으로 모아서 검은옷입은 여자애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검은색 가디건에 검은청바지를 입은 투실투실한 여자애가 계단을
올라오자 전부 삼구동성으로 외쳤다.
"미선이다!"
하지만 아니면 어쪄지하는 눈빛으로 서로 물어보는걸 미루고 있었다.
결국은 가위바위보라는 원초적 추출법에 의해서 명진이가 쭈삧거리며 자기
보다 덩치좋은 여자애 앞으로 가는걸 미영과 지우는 보이지 않는 지원사격
으로 명진의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저...혹시 정미선씨 아니세요?"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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