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잊었다구?
탈레랑이 말했다. 커피는 악마와같이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같이
아름답고 사랑처럼 달콤한것이라고.
미영은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운커피한잔을 들고 홀짝이다가
진짜로 지옥같은 느낌이 들어서 찬물을 반쯤 채워서 한번에 들이켜
마셨다. 원샷~
"잊었다구? 세상에나..."
부스스 졸린눈을 뜨면 고소한 미역국냄새가 방안을 가득채우고 이마에
와닿은 촉촉한 느낌으로 아침을 시작해야했다.
"자기 생일 축하해. 쪼오옥~!"
내가 상상한 생일의 아침풍경은 그래야하는게 원칙아니겠어?
참나원~ 이남자가 고정관념을 깨자라는 TV프로그램을 애청하더니만
다른방법을 준비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고 방안이며 창섭이라는 이름의
남편을 쳐다봤지만 여느날의 아침이랑 다른점이 손톱만큼도 없는거야.
틀림없이 즉석미역국을 끓인게 틀림없을테지만 당연히 의무적으로 미역
국정도는 끓여줘야하는거 아니겠어?
적어도 내가 일어나기전에 일어나서 커피정도는 끓여줘야하는거 아니냐
구! 아냐아냐 그런건 안해도 "생일축하해!"라는 한마디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냔말야. 후...생일아침은 어김없이 감동적인 풍경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이남자는 깨고싶은거였나?
기껏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서 한다는말이 다른날이랑 엑센트조차 틀리
지않게 똑같다. 마치 녹음기에서 같은 시간에 들려주는것같다.
"국끓였어? 아참.시간없다.양말이나 찾아줘!"
다시 커피잔에 채운 뜨거운 커피를 한모금 마시면서 마음이 악마처럼
사악해져갔다.
"간이 부었군!"
이 무감각하고 건망증환자같은 그남자. 남편이라는 이름의 그남자. 사랑이
라는 이름의 세탁기보다 못한 그남자.
아내가 편해야 좋은거 아니에요라는 광고도 모르는 남자.
오늘따라 유난을 떨며 무쓰를 바르고 향수를 뿌리고 현관을 나서는 그남자
에게 그의 건망증내지 애정망각증을 확인해봐야했다.
"잊었어?"
"뭘?"
천사처럼 부드럽고 사탕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다시 물어보지만 여전히 대답
은 기대하는것이랑은 반비례했다.
"자기이...정말 몰라?응응?"
"글쎄 뭘? 바쁜사람 붙잡고 뭐하는거니?"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갑자기 입술위에 "사랑해"라고 속삭여주기라도 하면
어디가 덧나니? 그래 이러는 내가 참 치사하고 유치하다.임마~
"아냐.늦었다며. 잘가!"
그가 현관문을 나서기 무섭게 창섭을 문사이에 끼우고 닫는것처럼 쾅하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을 등에 지고 잡아 당겼다.
"나쁜자식~"
에잇 인정머리손톱만큼도 없는 그남자. 메모판에 하트무늬를 붙여두었는
대두 눈치도 못채는 맹꽁이 같은 그남자.
그사이 관심지수가 0로 하락하고 만것일까?
문여는 소리에 돌아보니 창섭이 다시 들어서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하는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살짝 웃으며 다가서는데 웃음이 순식간에 날아가버리
게 하는 말을 하는 남편이라는 남자.
"아참! 깜박잊었다. 나 오늘 차써야하거든 키좀 줘!"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겨우1년사이에 변해도 참많이 변한다.
치사하게 내입으로 생일이라고 말을해야겠나?
미영이 답지않게 눈물이 날것만 같아서 개수대에 퐁풍을 많이 풀어 거품
속에 깨끗한 그릇들을 집어넣고 씻기 시작했다.
"키 식탁위에 있어."
창섭이 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에 고였던 눈물방울들이 와르르 쏟아져 내
렸다.
"뭐?애인같은 남편이라구?흥이다!"
미영은 눈물방울이 떨어져 짭자름해진 커피를 마져 마시고 악마와같이
어둡고 지옥처럼 뜨겁게 들끓는 마음을 지우기라도 하듯이 비누거품을
잔뜩내어 눈물자욱을 지웠다.
그리고 화장을 했다.립스틱짙게 바르고 거울속을 창섭이 있는것처럼 거울
을 향해서 빠드득 이빨을 갈았다.
"그래.난 혼자서도 충분히 즐겁게 보낼거다. 이웬수를 꼬옥 갚고야 말
거다.두고두고 야금야금...나아쁜 노오옴~!"
미영은 마녀처럼 검은 원피스자락을 휘날리며 동성로거리로 나섰다.
어떤여자들은 화가날땐 쇼핑으로 푼다던가? 그런여자들을 유치한 성격
의 소유자들이라고 비웃었는데 오늘은 미영이 "귀여운여인"에 나오는
줄리아 로버츠처럼 쇼윈도우 앞을 지나고 있었다.
세일기간에만 계획을 세워서 구입을 했었는데 화풀이로 충동구매를 하기
로 작정을 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창섭의 카드를 훔쳐두는건대 하는생각을 하면서 아쉬워
하면서 지나가는데 쇼윈도우안의 검은 벨벳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디자인
의 투피스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입어보기전에 가격표를 보고 움찔했지만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까짓거 맘
애 드는 옷 사보는거지,뭐 하는 생각으로 옷을 갈아입고 거울앞에 섰다.
하지만 꼬옥 몸에 맞춘것처럼 잘어울리는 옷을 입고 서있는데 거울에
다음달카드결제내역서가 둥둥 떠있는것 같아서 망설이다가 비장한 얼굴
을 하며 결정을 했다.
"결심했어. 그래 내가 맘에 드는 옷한벌 안사입고 바둥댄다고 누가 알아
준다고 망설이는거야?사버리는거야! 아가씨 이옷 살께요!"
지갑을 꺼내서 카드를 건내주려다보니 무언가 팔랑이며 바닥에 떨어지는
거였다.
"생일 축하해. 화났지? 그럼 화풀이로 옷사입을거지? 내카드 니지갑안에
넣어뒀으니까 내꺼 사용해. 그리고 7시에 카사블랑카로 올것!"
발목에 휘감기는 스커트자락을 한손으로 살짝 들어올리며 미영은 카사블
랑카로 들어서는 순간 미영이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엘가의 "사랑의 인사"
창섭이 26송이의 장미를 들어 흔들어보여주었다. 마치 험프리보가트처럼
멋진 미소를 담아서 미영을 맞아주었다.
"생일 축하해. 축하음악 맘에 들어? 내가 선물한 옷 맘에 들어?"
"난 잊은줄 알았단말야!"
"훗...내가 누구니? 백미영표 남편아니냐! "
"또 잊은거없어?"
"뭐?"
"쳇~"
"아항 일루와봐."
창섭이 아무도 들리지않게 미영의 입술위에 속삭여주었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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