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서울부르스 (6)

"누가 본다고 그래?"

그러고보니 어디서 많이 본사람같긴 한대 저사람이 이시간에 이장소에

있을리가 없는데 하면서 미영은 혹시 술이 취해서 눈이 착시현상을 일

으키는게 아닌가 눈을 비비며 다시 봤지만 틀림없었다.

"어~ 저남자 분명히 어디서 많이 본남잔데..."

"그래? 누군데? 또 옛날 애인 ?"

"아니...나랑 한방쓰는 남자..."

창섭 역시 잘못본게 아닌가 하는 표정으로 머뭇대며 계속 쳐다보고만

있는것 같았다.

"저~ 혹시 석창섭씨아니우? 난 백미영인데..."

서울. 사람많고 넓은곳에서 그것도 서울역 지하철갈아타는곳도 여러칸이

있고 몇분간격으로 지하철이 지나가는데 같은시간 같은공간속에서 아침에

대구공항에서 헤어진 부부가 만나게 되는 현상을 뭐라고 해야하는걸까?

우연? 필연?숙명? 어떤 수식어를 가져다 붙여봐도 이해할수 없는 초자연

적 현상이라는데 두사람은 의견일치했다.

"안녕하세요. 저 미영이 친구 김명진이라고 합니다. 남편되신다구요?"

"네.반갑습니다. 이야기들었어요.참! 그런데 초면은아닌거 같은데 혹시 

저희 결혼식에 오셨던가요?"

"아뇨. 그런데 저두 낯이 많이 익은거 같은데 혹시 Y대 건축과 안나오셨

어요? 전 87학번입니다만..."

"웬지 낯이 익다했더니 선배님이셨군요.전 건축과88학번입니다."

"뭐? 둘이 선후배야? 참나,원 오늘같은 만남을 뭐라고 해야하는거야?"

미영이 중얼대고 있는동안 두사람은 금세 친해져서 미영이 심통나서 퉁퉁

부은 입을 내밀고 있는것도 아랑곳하지 않은채 두사람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마치 선후배가 오랫만에 우연히 만나서 반가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것이다.

한사람은 미영의 남자친구고 한사람은 미영의 남편이고 보믄 만나서 유쾌

할 사이가  전혀 아닌대두 저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뭐람. 정말 남자들이란 

이해할수가 없는 동물들이야.

갑자기 미영이 개밥에 도토리가 된것처럼 설렁한 기분이었다.

"그래 선후배분들 전 이만 퇴장하겠으니 잘들해보셔..칫"

혜화동으로 가는 4호선이 도착하는걸 보고 금새타버렸다. 미영의 심통때문

에 창섭은 명진과 인사도 못한채 문이닫히기직전 아슬아슬하게 지하철을 

타야만했다.

"너 왜 그러니? 인사도 안하구..."

"내맘이야,뭐!"


미선의 결혼식은 선상결혼식이었다. 한강유람선을 1층만 전세내어 배위에

서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맞선보고 6개월만에 결혼하는 사람들이라고는 볼수없을정도로 두사람은 

다정하게 보였다. 신부이마위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수시로 찍어내는 신랑

의 손길조차 자연스러워 보일정도 였으니.

어깨를 살짝 드러낸 가슴라인을 살린 심플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미선은 코스

모스처럼 청초한 가을신부였다. 카메라를 가져다 대는 순간 활짝웃는 미선

의 얼굴에서 미영은 언뜻언뜻 비치는 그림자를 알아봤다. 

아마도 미영만이 느낄수 있었으리라.

"미선아. 참 예쁘구나...행복해야돼!"

"언니! 나 부탁있어. 지우오빠 좀 챙겨줘. 알았지?"

"지우...후~ 그래."

미선의 손위에서 반짝이는 핏방울같은 루비가 순간 미선의 눈물방울처럼 

느껴진건 미영의 착각이었을까?

지우는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뱃전에 기대어 파란연기를 피어올렸다.

지우의 사랑이 화장되어 피어오르는것 같아 그모습을 지켜보는 미영은 가

슴이 시렸다. 높다란 가을하늘처럼.

미영은 사랑이란 정답없는 끝없는 질문의 연속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

며 남편이라는 이름으로 옆에 서있는 창섭을 올려다봤다.

"창섭씨. 우린 참 행복한사람들이야.그치?"

"왜 후회는 안하구? 명진씨 참 좋은사람이던데..."

"질투하는거야? "

"아니...그냥 좋은사람이더라구!"

"누가 좋은사람이라구요?"

명진이 소리없이 두사람뒤에 다가와있었다.

"응.우리 남편최고라구~"

결혼식이 끝나고 미선이 부케를 던지는 순간 바람이 불어 미영이 있는 쪽으

로 부케가 날아왔다. 순간 미영은 받을까 말까 고민하는데 명진이 동작빠르

게 부케를 먼저 받았다.

"어허~ 아줌마가 부케받고 시집한번 더갈거야? 에이~ 그냥 니가 받게 두는

건대. 그럼 나한테 기회가 오는건대.히히!"

"뭐야?기가 막혀서..."

도대체 사랑이란...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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