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남편의 애인
"창섭씨가 글쎄...그여우같은것한테 푸욱 빠져버렸지.뭐야!"
미영은 씩씩거리며 치킨이 창섭이라도 되는듯 뼈만남기고 뜯어대며 열을
올리고 있었다.
미영의 아주오래된 친구인 영숙은 그런미영이 귀엽다는 표정으로 테이블
주위에서 뱅뱅도는 다솜이를 가끔 살펴보며 미영의 투정을 들어주고 있었
다.
미영은 창섭과 싸우거나 아니면 속상한일이 있으면 영숙에게 전화를 해서
하소연하는게 습관적이어서 다른날이나 별다를게 없었다.
창섭과 사귀는동안은 하루는 그이가 너무 멋지다고 했다가 그다음날이면
내가 눈에 콩껍데기가 씌였나봐 저런남자가 뭐가 좋다구 어쪄구 하지를
않나 영숙이 미영을 알고나서 미영이 남자친구를 사귈때마다 한번씩은
미영의 하소연내지 투정을 받아주느라 이제는 미영의 전속 "고해사"라는
직업을 가지는게 수입이 낳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가끔하고는 한다.
이제는 같이 맞장구 쳐주는것보다는 느긋하게 미영의 투정을 받아주다보면
혼자 저절로 풀린다는것 정도는 파악하고 있는편이라 그냥 미영의 기나긴
하소연을 들어주기만 하고 있었다.
미영은 다혈질이라서 그냥 참아 남기는걸 못하고 화나면 그자리에서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하지만 뒤끝은 없고 깔끔한 감정처리를 하는편
이라는걸 10년동안 친구로 지내면서 터득을 했다.
오늘은 좀 심각한 모양인데 그래도 1시간정도면 해결날게 뻔했다.
그렇지만 오늘문제는 그냥 풀고 지나가야할 문제는 아닌모양이다.아내에
의한,아내를 위한,아내의 남편인 창섭씨가 바람이 나다니?
오늘의 사건은 좀 심각하고 진지하게 들어줘야 할까보다.
"세상에 일편단심 민들레 나만 사랑한다던 이남자가 배신을 땡기는거야
글쎄...남자란 정말 믿으면 안되는 동물이야. 너두 다솜이 아빠 믿고
안심하다가는 큰일난다.너~"
"대체 그여우같은 여자가 누구야? 창섭씨같은 공처가를 꼬여내다니 재주
도 좋다. 늘씬해? 미인이야?"
"누가 공처가라구 그래...창섭씨 애처가야!"
'지지배 그래두 자기 남편 두둔은~'
"그래서 어떻게 된건대? 너랑 이혼이라도 하겠대? 창섭씨 참 나쁜사람이
다. 사람이 결혼하면 변한다더니 어떻게 그럴수가 있니?"
"아니...그런게 아니구..."
"아니긴 뭐가 아니니...결혼한지 얼마나 됐다구 바람피우고 말야!"
"애애~내가 괜한 이야기 했나보다. 바람은 무슨. 내가 심심해서 한번해
본소리야. 요즘 남자들 바람나기 쉽다니까 너두 다솜이아빠 바람날지
모르니까 조심해. "
더이상 영숙이랑 계속 이야기 하다가는 남편체면이 바닥에 떨어질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대뇌에서 생성됐다.체면이 뭔지.원~
"영숙아. 나 들어가봐야해.10분후에 강습시작해야돼. 담에 보자.응?"
"너 창섭씨 봐주면 안된다...알았지?초장에 꽉잡아야돼!"
"알아모시겠읍니다.선배님.2년 결혼일찍했다고 선배티는 톡톡히 내는구먼"
불도 켜지않은 방안에 혼자 앉아 방바닥에 동그라미만 그려대고 있는데 옆집
진호가 커피잔을 들고 놀러왔다.
"아니 불도 안켜고 뭐하고 있는거야?"
"그냥..."
"들어온지 한참됐잖아?들어오는 거 보고 커피뽑았는데...그동안 불도 안켜
고 혼자뭐하는거야?"
"그냥...어둠이 좋아서..."
"이여자가 갑자기 가을타나? 아니면 그나이에 거꾸로 사춘기야?"
"아니.갱년기인 모양이지.뭐!"
"참나...별소릴 다듣겠군! 자기일 있겠다. 창섭이같은 이쁜남편이 아내밖
에 모르겠다. 행복에 겨워서 비명지르는것도 아니고 투정이야 뭐야?
누구는 이 기나긴 가을밤에 나홀로 방에 외로이 독수공방하고 있는데 이거
배부른 자의 이기심아냐?"
"웃기시네...나밖에 모른다구?"
"그럼아냐? 사람이 욕심이 너무 과하면 안되는법이야. 그만한 남편이 어딨
어? 난 그런남편 될 자신없다."
"근데 신랑은?"
"신랑은 무슨~ 아직 안왔어!"
<아니~이거 무슨일이 있긴 있는모양인데?호기심이 발동하네. 옆집에 살면서
맨날 참기름냄새 폴폴 날리는 이부부도 드듸어 갱년기가 온모양이군. 창섭
씨가 바람이 난건가? 슬그머니 호기심이 발동하네! 못먹는감 찔러나 본다고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타인의 불행에서 나자신의 불행을 위로 받고자 하
는 고약한 이기심!이런날 괘심하게 생각하지는 마시라. 사실 27살먹은 노총
각이 이 외롭고도 허전한 길고긴 가을밤을 컴퓨터부여안고 밤을 지새워야
하는 이내심정을 뉘라서 알아줄건가 말입니다!>
"글쎄...요즘은 집에 들어와두 나한테는 관심도 없대니깐!"
"아니. 그럴수가? 그럼 이번기회에 남편한번 바꿔보는건 어때? 애프터서
비스기간도 지났고말야...히~"
"뭐야? 지금 불난집에 부채질하자는거야 뭐야? 똑같애 남자들이란!"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창섭이 노란장미를 가득안고 문을 들어서고 있
었다.
"우리각시 좋아하는 장미 사왔지. 요즘 계속 퉁퉁부어있잖아. 왜그래?"
"자기 솔직히 자수하면 정상참작해줄께. 자수해서 광명찾자...솔직하게
말해 바람난거 맞지?"
"바람? 오호라...대충 짐작이간다..뭔지..그래 바람났다.난 바람좀 나면 안
되니?"
"그으래?안되는 법은 없지! 대체 어떤여자야? 뭐하는여자냐구..이뻐?"
미영은 창섭이 가져온 장미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단단히 각오를 한 표
정으로 냉장고에서 찬물을 꺼내서 벌컥벌컥 마시더니 싸늘하게 식은 시선
으로 창섭을 채근하고 있었다.
두사람사이에 도는 살벌한 공기를 감지한 진호는 좁은방 한쪽구석에서 사
태를 파악하느라 두사람얼굴로 탁구공튀기둣이 시선을 옮기고 있었다.
"이쁘지..그럼~ 그녀는 청결하고 새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지. 그리고 날씬
하고 미끈한 몸매...그리고 어떤 노래든 음정박자 안틀리고 내가 원하면
들려주지. 그리고 내가 그녀를 건드릴때면 언제나 섹시한 음성으로 나에게
답을 해주지...아마도 그녀는 온몸이 성감대일지도 몰라. 그리고 그녀는
나를 깨워주지. 내가 깨워주지 않으면 계속 자는 잠팅이는 아냐.
그리고 그녀는 일에 대해서는 프로지. 어떤일이든 부탁하면 실수없이 해
치우거든. 내대신 팩스도 받아주고 내 스케줄까지 관리해주지. 그리고
그녀는 캐드도 잘하거든...멋진여자야.그녀는...더말해?"
"그럼 그여자랑 살아!"
"지금도 살고 있는걸..."
"뭐야? 그럼 나몰래 딴집살림하고 있었던거야? 재주도 좋군. 그래 그럼
이제 그여자랑만 살아...난 갈테니깐! 잘먹고 잘살아 이나쁜놈아!"
미영이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그러나 씩씩하게 핸드백을 찾아매고는 방을
뛰쳐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여자 이름 안물어?"
창섭의 목소리가 그녀의 발목을 잡았는지 미영이 멈춰선채 돌아봤다.
"들어나봤어? 팬티엄컴퓨터라구?"
"뭐?"
미영이 기가막힌 표정으로 멍하니 서있는 동안 창섭은 컴을 키고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었다.
"미영아. 너 그동안 이예쁜컴이 이방에 들어와 있는줄 몰랐지? 너 놀라게
해줄려구 그동안 집에 들어와서 새로산 이컴퓨터 시험중이었어. 그래서
니가 오해했다보구나? 후후...케이스가 예전꺼라서 눈치못챘을테지?
니컴퓨터 고장났잖아...오래되기도 했구 요즘286쓰는 사람이 어딨니?
그래서 내가 하나 구입했지. 고맙지?나착하지?후후...컴퓨터에 질투를
다하다니.원~그래서 내가 노란장미 사왔잖아...크크!자 이제 너두 사용
해봐..."
미영은 기가 막혀서 멍하니 서있다가 쿠션이 눈에 띄자 창섭을 향해서 던
져버렸다.
"이.....착한...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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