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그섬에 가고 싶다!(4)
"벌써 5시표두 오전에 매진되거래. 그것두 모르구 전부들 줄만 서있었던
거였어. 어쪄지?"
갑자기 전부 바람빠진 고무풍선처럼 축져진채로 여객선터미널 출입구에
줄지어 주저앉아버렸다.
"자자...배떠난뒤에 손흔든다고 돌아올거 아니니까 이제 어떻게 할건지나
상의해 보자구!"
진호가 먼저 기운을 차리고 사람들을 일으켜세웠다.
"진호씨 나 배고파요. 하루종일 오징어만 씹었잖아요...앙앙"
정아가 배고픈 고양이 울음같은 목소리로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일단 민박집에 연락좀 하고 내일 첫배를 알아보고 결정하자.어떻게 할건
지...정아 배고프다니깐 일단 진호씨랑 정아는 김밥이나 먹고 있어요."
여객선터미널 출입구며 주차장은 다음날 첫배를 탈려는 사람들로 왁작거리
는 사람소리와 여기저기 고기굽는 냄새로 가득차있었다.
다음날 첫배가 7시에 뜨는데 그배를 탈려면 새벽5시에는 줄을 서야한다는
정보를 물어온 미영은 남자들에게 근처 여관을 알아보게 했지만 이미 먼저
방을 잡고 들어 앉은 사람들 덕분에 그들몫의 방은 없었다.
하는수없이 하룻밤은 노숙하기로 결정을 하고 여객선터미널 출입구중에서
도 화장실이 가까운곳에 자리잡고 눌러앉기로 했다.
왜하필 냄새나게 화장실앞이냐구? 터미널에서 유일하게 물이 나오는곳이
화장실이며 마지막까지 문을 열어놓고 불이 켜진곳도 바로 그곳이라는
미영의 엉터리선견지명에 의해서였지.
화장실에서 물떠다가 밥해먹는 맛도 맛이려니와 낮동안에는 사람들로
벅적댔던 출입구를 턱하니 차지하고 앉은채 삼겹살 구워먹는 맛도 무시
할순 없는것이다.
아! 그리고 미영의 배낭속 탐험역시 무시할수 없는 재미중의 하나였다.
미영의 배낭속에서 진로팩소주가 첨으로 나왔을때 전부들 미영이 자기몫
으로 하나넣었군하고 다음것을 끄집어 냈지만 그다음부터는 한번 벌어진
입들이 계속 커지기만 했다.
첫번째 진로팩소주가 나온뒤 다섯개나 더 나왔으며 플라스틱통에 포장된
금복주 작은병이 4개에다가 패스포드가 1병, 섬씽스페셜이1병, 거기다가
포도주까지 한병 들어있는것이다.
"세...세상에나 2박3일동안 술만 마실려고 작심을 했었군?"
"저어기...그거 다 아냐...요기두!"
머뭇대며 미영이 배낭옆에 붙은 포켓에서 패스포드 미니병을 2개나 더
꺼내서 양손에 들고 흔드는것이다.
"꽈당~!"
차츰 어두워지면서 터미널주차장에는 텐트가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해서
그곳이 주차장인지 아니면 바닷가 텐트촌인지 구분할수 없을정도가 되
어갔고 옆출입구에도 한팀이 입주를 해왔다.
출입구가 좋은점은 렌턴이 없어도 비상구불빛때문에 환하기도 했거니와
혹시 비가 온다해도 비맞을 염려가 없을뿐더러 텐트를 칠필요도 없고
넓어서 그림공부하기에는 딱맞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선호하는
모양이었다.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향학열은 밤에도 뜨겁게 불타오르
는 모양이다. 오고가는 현금속에 싹트는 우정이라는 표어가 생각나는.
밤이 깊어 옆출입구 사람들은 서양화공부에 여념이 없어서 조용했다.
간간히 들려오는 소리는 뻔했다.
하지만 신토불이라고 했던가 미영이는 동양화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떴다~고도리...헤헤~"
순식간에 우리의 명승부사 미영이앞으로 배추이파리며 고추이파리까지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고 나머지 세사람들은 x씹은 얼굴들을 하고 팔운
동이며 눈운동으로 고군분투하기 여념이 없었다.
"저...수박이나 같이 먹죠?"
하는 소리에 8개의 눈동자가 한꺼번에 올려다보니 아까 미영이가 삼겹살
먹을때 침질질 흘리며 쳐다보던 옆출입구 사람이었다.
알고보니 옆출입구 사람들은 27살 동갑들로 서울에서 휴가왔다고 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쉽사리 친해지기 마련이다. 그들이 준비한 수박
을 다 먹어치운후 미영의 술이 등장한것은 자연스러운일이었다.
버너위에서 삼겹살이 굽히고 오징어가 돌아눕고 햄이 익어가는동안 어느새
술병들은 줄지어선 병정들처럼 늘어서고 "덩달이시리즈"며 "이지랄시리즈"
에 "체험공포시리즈"까지 등장하고 있었다.
"앞으로 한시간만 버티면 줄서서 우리들의 그리운 매물도로 갈수 있겠군!"
"매물도가세요?우린 비진도 가는데."
"그래요? 비진도별룬데 매물도 같이가는게 어때요?"
하는동안 하늘에서 물방울이 머리위에 떨어지는것이다. 비가 내리기 시작
했다. 전부 일어나서 피난민처럼 배낭이며 짐들을 챙겨 처마안으로 들어
갔다.
소나기일거라고 생각했지만 비는 그치지 않고 1시간도 더 내리고 있자
전부들 걱정어린 시선으로 줄기차게 사선을 그으며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봤다.
비가 내리는것도 아랑곳없이 첫배를 타기위한 사람들이 새벽5시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대도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는것이다.
전부들 짐을 정리하고 줄을 서기 위해서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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