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그섬에 가고 싶다! (5)
"태풍주의보에 의해서 오늘 내일 양일간 출항을 하지 않사오니 귀가조치
하시기 바랍니다."
섬으로 향했던 네사람의 설레임이 맥주거품처럼 사그라져 버린채 태풍에
등이 밀려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태풍이 몰아친다면 어디를 가도 온통 빗속을 헤메이기 마련일테고 부산
쪽으로 가봐야 휘청이는 X세대에게 치여서 주눅이 들게 뻔할테니까.
삐걱대는 철재침대와 컴퓨터 돌아가는 소리로 윙윙거리는 7평짜리 오피스
텔로 돌아와 미영과 창섭이 한거라구는 배낭속에 그대로 남은 음식물들을
냉장고에 옮긴것과 샤워한후 거의24시간동안 침대에서 뒤척거리며 잠을
잔것뿐이었다.
알몸으로 벽쪽에 붙어자고 있던 미영이 갑자기 일어나서 비명을 질러댔
다.
"악~~~~~"
"왜 소리는 지르고 난리야. 나두 미치겠구만~"
"그치? 미치겠지? 미치기전에 우리 여기서 탈출하자~"
충무에서 돌아온 다음날 아침 쨍하는 소리가 날정도로 태양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태풍이 지나갔던것이다 하루만에.
미영의 성화에 몰려 아직 상가에 문도 열리지 않은 동성로 거리를 할일
없는 백수처럼 어슬렁거리며 배회하기 시작했다.
영화를 볼까, 친구를 불러낼까 망설이다가 결국 "무크"에 들러 재털이에
담배꽁초를 9개쯤 남기고 블루마운틴을 4잔마셨을뿐 멍하니 텅빈거리를
내려다 보며 절규하는 듯한 여자목소리로 "What's up"을 들었을뿐이다.
그리고 KFC에 들러 닭다리튀김 10조각과 900원자리콜라 2개를 사가지고
만경관에가서 "라이온킹"을 보며 홀라당발가먹은 뼈조각만 극장바닥에
남겨두고 머리꼭대기에서 뱅뱅도는 태양을 힐끗째려보고 다시 동성로를
헤메다니기 시작했다.
한일극장을 지나고 무크를 지나고 대백을 지나다 둘은 발견했다.
"섬"
사실 그섬은 그들이 가고자 했던 하얀등대가 있고 갈매기 이쁜 바다가
있는곳도 푸른초원이 펼쳐진곳도 아니었다. 비릿한 바다냄새가 있는
곳도 아니었다.
"행복의 섬"이라는 음악감상실이였을뿐이다.
하지만 미영의 눈에서 반짝 빛이 났다.
"자기 어쨌던 우린 섬에만 가면 되는거 아냐? 맞지?"
미영은 첨으로 우리나라에도 할일없는 청춘이 그렇게 많다는걸 깨달
았다. 평일오후인대도 텅비었을거라는 미영의 생각을 무참하게 깨버린채
바지씨와 치마씨가 짝을 맞춰 빈자리가 별로 눈에 뜨이지않을 정도로 빽
ィ하게 들어차있는거였다.
하긴 더운데 태양이랑 누가누가 이기나 씨름해봐야 남는건 흥건하게
고이는 육수뿐일테고 시원하게 에어콘 나오겠다 적당하게 어두워서
연인끼리 누가누가 입크나 확인해도 신경쓰는 사람없겠다 비디오는
하루종일 팽팽 돌려주겠다 거기다 오래있는다고 누가 눈치를 주는것도
아니고 집에 없는 레코드도 신청하면 보드러운 DJ씨가 나긋나긋한 목소리
로 자상하게 해설까지 별책부록으로 끼워서 들려주니 그 아니좋을손가?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비경제적인구가 많다면 우리나라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는게 정상아니겠어?
창섭이 "취권2"가 나오는 화면에 빠져있는 동안 미영은 꼼지락거리며
무언가 메모에 적어서 지나치는 웨이터에게 전해주는것이다.
잠시후에 DJ가 신청메모를 읽어주고 있는데 미영이 옆구리를 콕찌르며
들어보라는 시늉을 했다.
"그섬에 가고 싶었읍니다. 낯선공간 낯선시간속에서 그를 새로운 느낌으로
만나고 싶었읍니다. 태풍이 우리 사랑을 시기해서 무산되긴 했지만
우린 결국 섬으로 왔읍니다. 행복의 섬이라는 이름의 섬으로.
그에게 전해주세요. 그의마음속에 떠 있는 영원한 섬이고 싶다고.
신청곡은 도어즈의 "THE END" "
섬은 또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있었다. 바다에 있는 섬만이 섬은 아니다.
미영의 가슴에도 창섭의 가슴에도 사랑이라는 섬이 하나쯤 서로의 사랑을
담은채 떠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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