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그섬에 가고 싶다.(3)
"까아악~~~~~~왜 급정거는 하고 난리야.에고 애떨어질뻔 했네!"
"애/떨/어/져/?"
두남자의 시선이 전부 미영이에게로 쏠렸다.
"에이...말이 그렇다는거지. 나 피임약값은 안아낀다.뭐!"
"근데 도대체 갑자기 급정거한 이유가 뭐야?"
진호는 말은안하고 고개짓으로 차앞쪽을
스카프를 묶은 챙넓은 모자를 쓰고 서있는 하이힐을 신은 날씬한
여자의 벗은다리가 눈길을 끌었다.
하늘거리는 하얀레이스원피스를 입은채 선그러스를 쓴여자는 정아였다.
세사람은 전부 멍한표정으로 정아를 쳐다보기 바빴다.
"애~ 너 지금 우리가 하와이쯤으로 CF촬영가는줄 착각하는거 아니니?"
"섬으로 간다며? 등산할거두 아니구 내차림이 어때서 그러니?"
"하긴 그섬에서 "쿠크다스"라는 과자CF촬영하긴 했다더라만..."
정아는 차에 올라타면서 등나무로 수공예된 가방을 열더니 그속에서
테이프를 8개 꺼냈다.
빅마운틴,엔야,베리메닐로우,투투...가 가방속에서 쏟아져나왔다.
"뭐해요? 제 배낭 좀 트렁크에 실어주지 않을래요?"
그제서야 멍하니 입을 벌린채 그녀를 바라보던 진호는 후다닥 트렁크에
그녀의 배낭을 실었다. 세상에 저 옷차림에 배낭이라니.원~
아마도 그녀의 배낭속엔 화장품이랑 화려한 옷가지만이 가득채워져있을
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며 진호는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향했다.
조금씩 나름대로 섬으로 간다는 기대로 설레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마고속도로에 진입하고부터 그 기대는 짜증으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1시간30분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마산까지 3시간이나 걸려서
도착을했다. 그동안 몇마리의 오징어를 씹어댔는지 차바닥에 버려져있는
오징어눈알을 헤아려보는게 빠르리라.
제대로 도착을 하면 1시에 출발하는 배를 탈수 있을것이라고 예정을 했
지만 일정표는 처음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충무여객선터미널에 도착했을때는 1시배가 출발하고도 10분이나 지나있
었다. 캥거루주머니속에 들어가서 달려도 이정도로 늦지는 않을거라고
미영과 정아는 투덜댔다.
예전의 거리감각으로 시간을 계산해서는 안되는것이다. 계획이란 다시
세우기 위해서 하는것이라는 말이 있던가? 아니면 말구.
3시배를 타려고 했지만 이미 매진이라고 매표구에 쓰여있었고 여객선
터미널에는 섬으로 떠나기 위한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5시에 떠나는 배를 기대할수 밖에 없었다. 미영은 은밀하게 진호를
따로 불러냈다.
"진호씨 정아랑 둘이 있구 싶지 그치?"
"그럼 나야 좋지!"
"그럼 둘이 있도록 해줄께. 여기 둘이 줄서서 데이트하면서 표좀 사!
표살려구 네사람이나 줄서있는건 인력낭비고 국력낭비잖아. 나 착하지?
그럼 우린 간다~"
"뭐! 안돼...절대로 안돼..."
하지만 미영은 벌써 창섭과 함께 차를 타고 쏜살같이 여객선터미널입구
를 탈출하고 있었다.
"우리 이래두 되는거니?"
"뭐 좋잖아. 일석삼조! 우린 드라이브해서 좋구 표끊어서 좋구 그두사람은
데이트해서 좋잖아...히히!"
미영은 도로표지판에서 시선을 떼지않고 열심히 해운센타를 찾아갔다.
"어디가는거야? 나 배고프다...우리 아침도 안먹었잖아!"
"그래서 가고 있잖아. 우리 충무에 왔으니 충무김밥을 먹어야지?"
용케도 미영은 길을 잃지않고 운전을 해서 해운센타에 도착했다.
창섭의 손을잡고 수없이 줄지어선 김밥집을 몇개쯤 그냥 지나치더니 좁고
복잡한 "뚱보할매김밥"집이라는곳으로 쑤욱들어가는것이다.
"자기야 이집이 충무김밥의 원조야. 난 진짜 아니면 안먹잖아.."
창섭은 주인아주머니가 들을까봐 미영의 귀에 살며시 쫑알댔다.
"근데 이걸 들고 선채로 복잡한 여기서 먹어야 하는거니?" 하는데 김밥을
담은 쟁반을 든 주인아주머니가 앞장서서 성큼성큼 바로 길 건너편 골목에
있는 넓은 식당이 그것에 있는거였다.
충무김밥은 이제 어느곳에서나 쉽게 맛볼 수 있지만 본고장이고 맛의 출발
지인 충무에서 먹는맛은 또다른것이다.
미영의 입으로 손가락두개크기로 돌돌 만 김밥이 쉬지도 않고 들어가기만
했다. 도대체 몇개나 저작은 입속에서 사라질까 하고 창섭이 헤아리는동안
어느새 창섭의 몫까지 미영은 다먹어치우고 있었다.
"야~ 내꺼까지 다먹으면 어떻게? "
"응? 나 다먹은거 아냐. 더먹을건대! 아줌마 여기 2인분 더주세요"
기가 막혀하면서도 창섭은 이러다 한개도 못먹는거 아닌가해서 미영이랑
경쟁하듯이 순식간에 김밥이며 무김치며 주꾸미무침까지 깨끗하게 먹어
치웠다. 훔쳐먹는 김밥이 맛있다고 했던가? 미영이와 똑같이 나눈 김밥을
다먹고 난후 미영의 몫으로 나눠진걸 기어코 미영이와 젓가락싸움까지
해서 기어코 빼앗아먹었더니 아후 정말 둘이먹다 혼자죽어도 모를맛이
라는거.역시 젓가락질은 잘하고 보는겨.
해저터널이며 충렬사를 들러볼까했지만 어느새 배시간이 가까워져서
아쉬움을 남기며 여객선터미널로 갔다.
"정아야 뭐 좀먹었어? 이제 배타야지?표 줘봐~"
하지만 정아와 진호는 삐친건지 표도 주지 않고 터미널 입구에 주저앉아
서 대꾸도 안하는거였다.
"에이...그럴줄알고 내가 충무김밥사왔지. 이거 원조집에서 사온거다.
설마 나혼자 먹겠니? 가자 빨랑~"
"우리 오늘 매물도 못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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