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인류의 겨울풍경하나 ===
<신인류의 사랑>이 거리를 넘실거리면 찬바람에
종종거리며 걸어가는 사람들사이를 떠다니는 동성로에
나역시 방바닥만 긁으며 집에서 리모콘만 누르기가 지쳐
인파사이에 한번 끼여봤지.
눈이 올지도 모르고 혹시 헤어진 그남자라도 부딪힐지
모르고 눈만크게 뜨면 500원짜리 동전하나라도 건지면
방바닥긁어서 메니큐어 지워지는거 보단 나으니깐.
약속시간은 6시 하고도 30분~
근데 시간은 겨우5시밖에 안된걸.흠흠.
괜히 엄만 좀더 누워서 리모콘 누르기 해도 되는걸
내쫑아가지구선...
하긴 스물다섯살씩이나 먹은 딸이 일주일에 한번뿐인
일요일에 방바닥만 긁으며 엄마의 영양간식 홍시를
야금야금먹어대는게 심통나기도 했을꼬야...
그래도 그렇게 째려보면서 "넌 약속도 없냐~"라고
내자존심을 계속 긁을게 뭐람.
홍시 하나쯤 더 먹을수도 있었는데...에구 아깝다!
집에 있었으면 머리 안감아도 좋고 화장같은거 안해도
좋았을텐데...
이런이런 나의 게으름이 다 들통나는군~
머리감고 무쓰바르고 콘택트렌즈끼우고 그담엔
스킨바르고 아스트리젠트 로션.베이스콘트롤.파운데이션.
파우더.크크~자그만치 이게 몇개야?
6개나 바르고 그리고 또 이번엔 그리는 작업.
눈썹그리고 눈두덩이에 요즘 유행한다는 밍크브라운
아이샤도우 바르고 밍크브라운립스틱바르고...
눈에 아이라이너인가 하는 시커먼 줄도 하나 긋고
속눈썹에 검정가루 칠해서 거미발같이 길게 만들고...
그 어마어마한 작업을 자그만치10분이내에 해내는
여자들은 정말 존경받아야해...그렇구 말구.
남자들은 결코 해내지 못할거야.내말이 맞어?
여하튼 여자들이 한번 외출을 할려면 엄청난 과정을
지나야 겨우 대문을 나설수 있단말씀이야...
엄마두 여자면서 기어코 날 찬바람 휘휘도는
거리로 내모는 이유가 뭘까?
크크..내가 엄마의 그 앙큼한 속셈을 모를줄알고?
뻔하다...뻔해..속보인다...
늙은여우 집에 있어봐야 엄마 홍시만 축내는데
화장품값 조금 들어가도 참한 늑대 한마리 물어오면
그대 더 이득이란 말이징?
크크...엄마~누울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랬다고.
요즘 어떤 눈먼 늑대가 영계두 아니고 팍삭맛간
스물다섯살짜리 냉동닭한데 눈길을 준다우?
엄마가 투자한 화장품값만 날개달고 떳다는거 아니겠우~
고렇게 쫑알거리면서 청바지만 밑으로 자꾸만 내리면서
거리로 나섰죠. 제발 나 좀 잡아가슈!하는 표정으로.
근데 집에서 나서긴 했는데 약속시간은 자그만치1시간
30분이나 남았는데 어딜가지?
시간많을때 내가 가는곳...뻔하지,뭐.
오락실이냐구?아니..그런 무슥한 말씀을.
서점이지라.난방되고 책많고 커피있고.
친구생일이라 선물도 사야되니깐하는 맘으로 버스에서
내려 바로보이는 제일서적엘 들어갔죠...
아싸라비아!세일하네...신난다.
레코드코너가 3층. 다이어트나 에너지 절약이냐 그것이
문제로다.과연 내가 어느쪽을 택했을까?
크크...다음 행동을 보시라.
난 당당하게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지.모!
공일오비4집.김건모2집.머라이어캐리. 과연 무얼살까?
잔머리를 굴리다가...고른게 머라이어캐리.
기왕이면 가요보다야..하는 속물적 발상.
아~나도 역시 속물인가봐.
공일오비4집은 아무래도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다면
내친구가 아닐거 같았거든.<==요런핑계라도 대야지.헤~
일단 레코드는 샀고 책도 한권사야 할거 같았지...
알잖우?자그만치 15%나 세일하는데~
난 우리나라 소설...특히 장정일이나 박일문같은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속물이지만 어디 친구한테 선물하면서
그런거 사줄수 있나...후~
하루키의 소설을 한권샀지.아무래도 요즘 유행이라나?
아깝다..보통 난 선물로 책을 줄땐 내가 미리 다 읽고
주는데...헤헤~<==이거 내친구가 알면 나 죽으.
그러다 보니.시간은 6시.앞으로 30분만 게기면 되네.
일단 약속 장소로 가기로 했어.그애가 미리 올리는 없지만
그래도 갈때가 없잖우.
시간때울일이 생각났다..캬캬.
지난번 세일할때 사둔 볼링화 바꾸러가야징...글구
수리맡긴 신발 한짝 마져 가져다 주고.
근데...바꾸러 간 사이즈가 없대.240부터 있고.
이번기회에 나 발자랑해도 될려나?
나 신발225신어요.헤~ 물론 230도 신지.그리고
목이긴 운동화나 부츠는 235도 신고.
여잔 발작아야 매력있다잖어..그래서 어릴때부터
나 발클가봐 피나는거두 감수하고 작은 신발 신은결과
발이 작은상태로 안켰다는거 아니겠우?
근데...발작은거 좋은데...불쌍한 내발.
시간은 많고 널널하잖어.그래서 동성로에 있는 렌드로바
대리점은 다뒤졌지.
230짜리 볼링화를 찾아서. 근데 없어.
1000원이 게속날아가겠군.한동안. 볼링게임비는
안아까워도 신발 빌리는건 돈주기 아깝단말씀이야.
앗!드디어 6시30분이닷.
발에 발동기를 달고 신나게 약속장소로 가봤지만 없다.
잉~없다...1시간30분이나 게겼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걸까?
우리가 약속한 장소는 요상한곳이다. 일단 실내다.
그리고 커피나 깡통을 자유롭게 마실수 있다.
그리고 2층이다. 주인도 없다. 8시까진 얼마든지
기다려도 눈치주는 사람없고 편하게 앉을수 있는 의자가
있다. 물론 전화도 카드전화나 동전전화도가능하고.
어디냐면 대구사람이라면 알리라...
대백2층 신관으로 통하는 휴게실.
근데 오늘같은 날씨엔 이곳조차 춥다...
첨엔 가죽잠바앞을 여몄다. 그래도 추워서 손을 집어넣었다.
그래도 추웠다.그래서 이번엔 머리카락도 집어넣었다..
근데 춥다.이번엔 도대체 뭘집어 넣어야 하는걸까?
아까지나간 여자 벌써 5번째 지나갔다...저여자도 할일
디게 없다.그럼 20분째 기다리는 나는?
팔짱기고 거의 안다시피한채 지나가는 연인들 그들도 벌써
3번째다. 재들은 애인이랑 그렇게 갈때가 없나?
그럼 그런애인하나 못챙긴 나는?
건너편 꼬마녀석 계속 힐끔거린다...
임마~너랑 나랑은 군번이 틀려 눈돌려.쨔샤!
이번기회에 영계라도 키워볼까? 나두 주책이지!
여하튼 드디어 군지렁거리며 기다리는것도 난 지쳤다.
그리고 난 일어섰다.그리고 그곳을 나섰다.
하지만.내가 완전히 가는거냐구?
아니지.내가 감히 어찌 갈수가 있겠는가?
다만 너무 춥잖여...으아.은경동태라는 신조어가 생길뻔했네.
2층에서 3층으로 3층에서 4층으로...다시 1층에서 귀걸이도
만져보고 2층에서 토스카나 자켓도 입어보고 3층에서 가디건도
만지작 거려보고 결국엔 7층까지 가서 애도 없는데
유아복코너까지 뒤지게 됐지.그래도 앉아서 얼어죽는것 보다
나으니깐.
7층에선 결코 그냥 돌아설수가 없었다...방실방실 웃는
내친구딸 다솜이 얼굴이 떠올라서.
아무리 긴축경제상황이라지만 그애 모자하나 못사주랴 싶은
심정에 모자하나 샀더니만 악!2만 오천냥?
에구구...5달된 애기모자가...흑흑~
그래도 좋았다..다솜이를 위해서라면..이 이모가 못할게 뭐냐~!
이젠 7시.설마 지금쯤엔 지지배 S가 오지 않았을까?
근데...악~~~~~~~~~~~~~~~~~~~~~~~~! 없.다.
군지렁군지렁...죽일X.나쁜X.그러면서...전화를했지.
S의 동생 왈 "누야라예? 울누야 나간지 한 30분쯤 됐어예~"
이이이이럴수가...인제 흥분해서 말도 안나오네...
약속한 시간에 집에서 나가다니...
요지지배가 완전히 나한테 6년동안의 빚을 다 청산해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군. 그래도 어쪄랴...내가 6년동안
늦은 시간을 계산하면 최소 300시간은 빚진건대...
봐주자..까짓 겨우 늦어야 1시간인거...
헤헤...나야 기본이 1시간 늦는거 였으니.인제 나도 빚좀
청산해야 하느님 아빠가 나 어여삐 여겨서 잘풀리게
해줄거 아니겄어?
그렇게 생각하고 의자에 앉았다 일어섰다 그래도 추우면
왔다리 갔다리...최소한 신발이 1000원어치는 닳았을쯤에야
롱다리S기집애가 나타났다...
만약 내가 기다림에 지쳐 가버렸다면 그다음의 사태를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지난번에 한번 1시간기다리다 갔다고 있는욕없는욕 다먹고
인간성까지 의심받았으니...에고 내가 추워도 기다리길
잘했지...
그래서 사람은 죄지으면 안되는거야.
기다린게 당연하다는 얼굴로 당당하게 밥이나 먹으러
가자는 기집애가 얄밉긴했지만 어쪄라 지지배가 그래도
의리는 있어서 내가 아무리 늦어도 가버린법이 없었던
친구였으니..
오로지 저녁한끼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 엄청난 바람을
헤치고 요기 기웃 조기 기웃 부대찌개를 먹을까?
해물잡탕을 먹을까? 스파게티를 먹을까? 고렇게 잔머리를
굴리다가 도저히 견딜수 없는 추위와 배고픔에 굴복을
한 우리는 싸비스 하나는 끝내준다는 작품하나라는
레스토랑으로 갔지...
제발 발발이나 영계들이 박작거리지 않길 기원하면서
에리베이터에서 내렸는데 다행히 창가에 빈자리가
보이는것이다...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우리가 어찌
멈출손가~
와~이집 역시 써비스 좋다아...
앉자마자 물이 도착하고 심심풀이 터널과자가 따라
나오고 말안해도 싸구려지만 와인도 소주잔만한
잔에 채워져 나오고...
물떨어지기 바쁘게 잔이 채워지고 술떨어지면 또
부워주고...
역시 우리도 늙었나보다...먹는대 투자를 많이하는걸
보면...
자그만치 떡복기 10인분이나 하는 스테이크를 이마에
줄하나 안긋고 샤샤샥 시켜서 날름날름 잘도 먹는걸
보면 나이를 먹는다는건 허영이 늘어 나는걸까?
아니면 낭비벽이 자연스럽게 생기는걸까?
어쪄면 그렇게 먹은 스테이크가 내 허리쪽으로 몰려서
새로운 고기가 생겨날지도 모르는채 우린 그렇게
먹어댔다.
결혼은 5.6월에 해두 애는 꼭 4월에 가져야 2세가
국민학교 들어갈때 유리하다는둥...아니면 임신
2-3개월때의 태교가 평생을 좌우한다는둥 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아줌마틱한 소재로 이빨운동을
열심히 해댔다...
애인생일까먹는 남자를 용서해말어라는 친구의 지나쳐가는
말속에서 그애의 사랑전선에도 이상기온이 발생했음을
여자의 육감으로 발췌했음에도 그건에 대해서는
되도록이면 언급을 회피하고야 말았다.
남녀문제란 타인이 해결해 줄수 없다는걸 누구보다
내가 잘알고 있으니까. 괜히 그애의 자존심이나
다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고추고르는법아니?하는
EDPS로 슬쩍 넘어가고 말았다.
아~ 정말 여자에게 남자란~ 애물단지여.
하긴 난 그 흔한 애물단지 하나 갖지 못하면서...
으아..근데 이집 써비스가 왕만점일쎄.
시키지도 않은 아이스크림이 3개씩이나 나오질 않나...
커피마시고 나면 한잔 더 가져다 주질 않나...
그렇다고 다른집보다 비싼편도 아닌데...
거기다 계산하고 나갈때 휴지도 챙겨주고 에리베이터
문까지 열어주는...
정말 손님은 왕이라는거 실감난다.실감나~
둘이 오랫만에 오붓한 시간을 가지는것 같아...
여자란 남자라는 늑대목도리가 생기면 친구와는
조금씩 멀어져가는게 정석이잖어...
물론 S도 예외는 아니었지...근데 요즘와서
애처롭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여잔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부터 불행의
시작이라는...
그걸 가끔은 행복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지만.
여하튼 기분좋은 날 그런 어둑한 이야기로
기분죽일순 없잖어.
참~우리도 한때는 잘나간다하는 청춘들이었는데
인제 은퇴해야 할까봐...
기껏해야 밥먹고 가는곳이라야 가요방이라니.
그래도 좋은걸. 우리가 가는 가요방.시시한
스카이라운지보다 더 쌈박하단말야.
8층에 위치해서 사그러져가는 도시의 불빛도
즐길수 있고 노래도 폼잡고 불러봐도 다른사람
신경 안써도 되고 거기다 우리가 좋아하는
실론티도 있구...
김건모에 휘트니휴스턴노래를 거쳐서 김수희의
애모까지~! 맘껏부르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하더라.
노랜 좋은거 같아..특히 추억이 묻어 있을땐.
노래가사위로 얼굴하나씩을 끼워 넣으며 조금은
우울하고 조금은 기쁘게...
사랑을 하면 유행가가사처럼 절실히 와닿는것도
없다며?그말은 정말 정답이야.
어머~ 버얼써 11시네.
거리엔 움추린채 종종걸음치며 돌아가는 사람들만이
딱정벌레처럼 아스팔트위에 붙어 있고 유난히
반짝이는 네온사인은 우리가 갈곳은 아냐.
마당이 넓은 커피집 상투스에서 쓴물이나 한잔 할려고
했더니 그집도 어느새 서늘한 느낌으로 문을 내리고
있었다.
칼날같은 바람에 어느새 우리마음까지 잘려질까봐
우린 자꾸만 가슴을 움추린채 걸었다.
좁히지는 가슴으로 우린 서로 무얼 건넬수 있을까?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중에 열에 아홉은 신세대 아니면
신인류일테고. 그 열에 아홉은 유니폼처럼 시커먼
가죽옷을 입었다.
살가죽에 또하나의 가죽을 입힌채 걸어가는 그들의
가슴도 좁혀지고 좁혀지고...
신인류에게도 가슴은 있을테고 사랑은 있을텐데.
그렇게 자꾸만 닫아버리면 사랑은 어디로 숨어들어야
할까?
그런생각으로 S와거리를 휘적거리며 조금은 어깨를
펴고 앞을보며 깊게 한번 숨을 쉬어 보았다.
그렇게 숨을 쉬면 사랑이 가슴으로 숨어들지도 모르잖어!
칼날보다 더 가슴저미는 사랑이.
참참~ 이런날에는 솔로인 우리같은 청춘들은 얼어죽을지도
모르잖어.
집에가다가 부동액이나 한통 사서 마셔버릴까보다..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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