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20년전부터 우리가족은 지금 살고 있는 연립주택에 살고 있다.

몇전전에야 겨우 우리가족의 명의가 됐지 그전엔 융자금이 해마다 나와서

명의는 대구시앞으로 되어있던 집이었다.

내가 6살때 신천동 단칸셋방에서 다섯식구가 와글거리며 한방에서

살았다. 그때는 큰오빠가 국민학교5학년이었고 작은오빠가 국민학교

2학년을 다니고 있었던때였다.

아빠는 택시운전을 하고 있었고 엄마는 세남매와 동전 하나때문에

매일매일 씨름을 해야했었다.

1970년대 그시절엔 어느집이나 풍요롭게 사는 형편이 아니었을거였다.

지금기억으로는 10원이면 과자한봉지는 충분하게 사먹을 수있는

물가였으니까.

아빠가 빌려온 트럭에 엄마가 시집올때 가져온 10년도 훨씬넘은

장롱이랑 옷가지와 장독들을 실고서 신천동에서 범어동으로 이사를

갔다. 아마도 결혼 13년만에 처음으로 가져본 집이어서 엄마에겐

소중한 집이기도 했다. 직접 하수도도 놓고 인건비 줄이느라 벽돌이랑

모래는 어린 우리손도 거들었던 집이다.

융자얻어서 겨우 이사온 집과 엄마에겐 엄마 명의로 사둔 밭이 하나

있었다.

그즈음에 우리가족이 가질수 있었던 재산은 22평짜리 연립주택하나와

100평 남짓한 엄마의텃밭이었다.

난 그이듬해에 국민학교를 들어갔고 집앞에 생긴 70미터도로가 너무도

신기해서 아침마다 그도로를 달렸다.

학교엘 다녀오면 엄마는 집에 없었다. 언제나 학교에서 다녀올즈음에는

언덕넘어 한동네를 지나서 있는 산밑 텃밭에서 상추도 가꾸고 고추도

가꾸고 때로는 들깨도 키웠다.

엄마의 텃밭은 언제나 푸르렀다. 그곳에 있을때 만큼은 엄마는 행복해

보였다.

지금도 그즈음의 기억속엔 엄마의 푸른텃밭이 떠오른다.

내 덩치보다 큰 양철바게쓰에 밭근처 집에서 얻어온 물을 출렁이며

밭이랑 사이를 뒤뚱거리며 걷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해질무렵이면 엄마와 손을 잡고 갱이며 호미를 질질 끌며 밭에서난

호박이나 고추를 한바구니 담아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목엔 요즘처럼 아파트가 생겨지도 않았고 반듯한 양옥집도

있지 않았다. 양철지붕이며 스레트지붕에 대문이 없는 집도 많았고

우리집 언덕아래엔 초가집도있었다. 

엄마가 일찍 돌아오지 않았을땐 구멍가게에서 라면을 외상으로 사다가

우리끼리 끓여먹고 엄마를 마중나갔다.

그 텃밭에서는 엄마는 언제나 행복해 보였다.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고 얼마후 엄마는 디스크로 수술을 했고 그다음엔

아빠가 교통사고로 수술을 했다.

절대로 팔지 않겠다던 엄마의 텃밭을 그땐 팔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팔지 않으면 우린 집을 잃을수 밖에 없었으니까.

엄만 이제 집에 가면 항상 집에 있다. 이젠 텃밭이 없으니까.

엄마의 텃밭이 있던 자리엔 이젠 이쁜 양옥집이 들어서있다.

그집을 지나칠때면 엄마도 나도 슬퍼진다. 엄마의 텃밭을 팔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곳에 집을 짓고 마당에 채소를 가꾸었을텐데.

호박도 심고 수세미도 심고...채송화도 심고...

이젠 엄마의 텃밭은 우리것이 아니고 엄마도 그때의 행복한 미소를

잃었다. 이제 우리집의 재산이라고는 낡은 20년된 연립주택하나다.

어쪄면 이집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얼마후면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될지도 모르니까. 그땐 우리들의 집도

잃어버리게 되겠지. 우리가족의 20년된 기억들과 추억들이 가득 채워진

우리들의 집을.

하긴 이젠 우리집은 세식구다. 큰오빤 결혼을 해서 분가를 했고 작은

오빤 취업을 해서 서울에서 산다.

엄마랑 아빠랑 나 그렇게 세식구의 집이다.이젠.

낡았지만 정겨운 우리집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마도 우리집이

헐리고 높다란 고층아파트가 서게 될거 같다.

닭장같은 아파트에서 엄마는 갑갑해 할지도 모른다. 예전의 푸른 텃밭을

그리워하며...

그립다. 햇볕에 그을려서 해말게 웃던 우리가족들의 시간들이.

안녕...엄마의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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