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빤스소동(1)

"30% 대폭세일"

변기뚜껑위에 앉아서 이빨을 닦으며 신문을 뒤적이던 미영은 신문사이에

끼어있던 광고지 한장이 팔락이며 욕실 바닥에 떨어지는걸 눈으로   다가

커다랗게 인쇄된 글자에 촛점을 맞췄다.

"오호~ 요즘은 빤스도 세일하는군!창섭씨 우리 오늘 빤스 사러가자!"

"빤스같은 소리하고 있네~ 나 급하단 말야 빨랑 좀 나와라!"

"흠..괜히 그래! 오늘은 겨우15분밖에 안있었단 말야! 확 그냥 10분정도

더 있을까보다 그냥~"

"그래그래. 뭘사러가든지 일단 나와서 보자!응응?"

"진작에 그럴것이지!"

창섭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미영이 나오자 마자 화장실로 뛰어들어가서

철퍼덕 변기위에 앉으며 군시렁 거렸다.

"오늘같은 토요일에 빤스같은걸 사러가야하나?"

미영은 pc통신으로 글의 소재로 적당한 것들을 갈무리하려고 새디스켓을

꺼내려고 보니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걸 발견했다.

"이상하다? 어제만해도 5장이나 남아있었는데~ 아니 이남자가 어제 계속

새디스켓을 사용하더라니 도대체 뭘 저장한거야?"

하면서 창섭의 디스켓 박스를 뒤져보니 어제날짜로 기록되어진 디스켓

5장에는 몽땅 게임이름이 적혀있었다.

"으~ 열받어! 꼬옥 내꺼 가지고 게임따위나 다운받는단 말야. 두고보자

디스켓한장에 1000원씩 쳐서 안받으면 내가 백가가 아니다!빠드득~"

군시렁군시렁 창섭을 씹어대면서 미영은 옆집진호네 벨도 안누르고 문을

확열어재치며 말하는 순간 진호의 비명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진호씨 나 디스켓 한장만 ~"

"아악~~~~~~~~"

빨간바탕에 꽃무늬가 프린트된 트렁크를 입은채 부채를 들고 서성대다가

갑자기 미영이 문을 여는 바람에 놀란 진호는 부채를 손에서 놓친채 본

능적으로 가슴을 가리고 비명을 질러댄거다.

"왜 고함은 지르고 난리야! 디스켓한장 빌려주는거 싫다이거지? 그래

알았다구~ 치사빤스다!"

"그래 나 지금 빤스입고 있다.무슨여자가 노크도 안하구 그러냐~"

그제야 알아채고 미영은 머쓱해져서 얼굴이 붉게 상기된채로 옆으로 돌아

섰다. 그러다 말고 생각난듯 다시 진호를 쳐다봤다.

" 근데 그거 어디서 샀어? 무늬이쁘다...응응?"

"으이그...그저 여자들이란 결혼하면 부끄럼이 없대니깐~ 빨랑 디스켓이

나 갇구 가버려! 안그래도 에어콘 고장나서 더워죽겠는데 주말이라고

데이트도 없고 으씨~"

진호가 씩씩대는동안에 미영은 순식간에 진호트렁크에 붙어있는 레테르를

훔쳐보고 있었다.

"그거 제임스딘이야?"

"빨랑 안가면 나 이거두 홀라당 벗어버린다!"

"알았어!알았다구~ 그나이까지 장가못가더니만 히스테리만 늘었군!

누가 장가가지 말랬나? 노총각 히스테리가 더무섭다!무서워~"

하면서 후다닥 나오며 문을 닫는순간 문에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

다.

'쯔쯔~ 저나이에 곰인형이나 안고 자구 참 안되긴 안됐어~'

"스캉달" "제임스딘" 켈빈크라인" "BYC" "Try" "cotton club"...

창섭과 대백건너편 "무크"에서 2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해두고 치렁치렁한

긴머리카락이 답답하고 덥게 보이는거 같아서 커트를 할려고 수장미용실

에 들렀더니 단골미용사인 7번선생은 예약손님을 받고 있었다.

그동안 대백앞 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창가에 앉아 여성용잡지를 뒤적이다

보니 잡지의 반쯤되는 광고를 뒤적이다가 발견한 속옷광고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대부분의 모델은 금발머리의 백인여자거나 아니면 가슴에 털이 부숭부숭

한 외국 모델이 거의 벗다시피한 속옷차림으로 유혹의 눈빛을 빛내고 있

는거 같았다.

어쪄다 제임스딘이라는 우리시대의 우상이 속옷이름으로 전락을 하게 되

었는지 원! 하면서 계속 광고를 뒤적이다 보니 속옷이름은 전부 영어로

되어있기 마련이고 모델도 거의가 외국모델이였다. 신토불이라는데 어쪄

다 우리의 가장 원초적인 속옷문화에 조차...하는 생각을 하는 동안 

커트할 순서가 되어서 미영은 낯익은 미용사에게 머리를 맡겼다.

"너 혹시 미영이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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