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내기의 천재

"스트라이크 더블~ 꺄~~~~~신난다!"

미영은 폴짝폴짝 뛰며 신이 나서 어 И줄을 몰랐다.

볼링장이 떠나가라 비명을 울리며 풀이죽어 있는 창섭을 주눅들게 만들고

있었다. 

벌써 3게임째 내리 연속으로 지고 있었다. 한게임당 5000원씩 3게임이면

자그마치15000원이다.

"내놔~! 빨랑~ 오고가는 현금속에 싹트는 부부애 몰라? 아항!~ 배추이파

리밖에 없구나? 그럼 바꿔 줄께! 나 잔돈 두둑하게 바꿔 왔다구!"

내기를 안하면 애벌레가 나보다 작게 나오는 여자가 꼬옥 내기볼링만 치

는 날만되면 스트라이크가 연속으로 터지는것이다.

세게임만 치고 관둬야 하는건대 혹시나 하다가 역시나 거금2만오천을 고

스란히 미영의 손아귀에 쥐어주고 나오는 이심정 누가 알까나?

미영은 창섭에게 딴돈을 헤아려보고 자기지갑속에 집어넣어버리는거다.

누군 주머니돈은 쌈지돈이라는데 우리부부는 독자경제체제노선을 걷고

있는바 니돈 내돈은 확실히 챙기는바에야 미영의 주머니에 들어간 돈은

들어가기만 하지 나올 가능성은 1%도 없는것이다.

"자기 우리 당구도 한게임 어때? "

이여자가 오늘 남편 거지만들일 있나? 작년에 결혼하고 맨날 붙어다니는

바람에 친구들이랑 당구칠때 간간히 데려가서 당구가르켜놨더니 이젠

자그마치 실력이 짠물200인 창섭과 맞먹는 실력자로 부상한것이다.

항상 내기당구만 치면 남자체면이 있지 한번쯤 져줄만도 하건만 내기당구

에서는 절대로 져주질 않는거다. 하긴 마누라랑 당구치면서 져주기를 기

대하는 창섭도 쪼잔하긴 하지만...

"미쳤냐~ 나 이제 10만원으로 한달 버텨야 하는데 또 내주머니 털려구?"

이여잔 거의 내기의 천재다. 둘이 자전거를 타도 꼬옥 내기를 해서 설걷

이를 일주일동안 시킨다던지 아니면 화장실청소를 시키는거다.

이여자가 못하는건 거의 없다. 수영도 재작년에 처음 만났을땐 맥주병이

라고 수영장도 안갈려고 버둥대더니 글쎄 스포츠센터에 6개월 과정을 등

록해서 한번도 안빼먹고 꼬박꼬박 댕기더니만 인제 못하는 수영이 없다.

드듸어 창섭에게도 기회는 왔다. 쥐구멍에도 볕들날있고 지렁이도 꿈틀

한다고 했고 벼룩도 낮짝이 있다구 했다.

오늘은 삼성과 LG의 야간경기가 있는날! 그리고 야구광 창섭에게도 찬란

하게 빛나는 날이 도래했음을 시몽 너는 아느뇨!

다른내기는 다이겨도 이내기는 창섭이 이길수밖에 없음을 너는 아느뇨!

요즘 삼성은 게임운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고 LG는 승승장구하고 있는지라

승률은 아마도 LG쪽이 확실할게 분명했다. 

사실 이여자가 스포츠신문을 보면 스포츠면을 보겠냔말이다. 기껏봐야

차인표가 어쪄구 아니면 신은경신드롬이 어쪄구하는 연예면아니면 배금택

이 아저씨가 그리는 야한만화정도를 보는게 이여자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스포츠면을 전혀 안보지는 않을테구 야구장은 겨우 몇번 가본 수준이라

삼성이 요즘 하락세인지 누가 홈런을 잘때리는지 오늘경기는 승패가 뻔하

다는걸 전혀 모를 미영이 아니지만 그래도 자존심은 있어서 LG쪽이 이기

는쪽에 내기를 걸리 만무한것이다.흐흐...그동안의 내 주머니 구멍난거

좀 메꿀 기회가 드듸어 온것이다.

"미영아~ 오늘 삼성대 LG 야간경기 있대~ 거기 가자...당구는 나중에 치

구~ 내가 포테이토 씜이랑 소주팩하나쯤 투자할 용이는 있다! 아아~ 좀

양이 부족하다구? 그럼 까짓 빅3하나쯤 더 사줄수도 있다!"

"응? 으아...소주에 포테이토 씜..그리고 빅3까지? 그럼 경기장 입장료랑

오징어한마리까지 사주라! 요즘 생활비 구멍나서그래!응응?"

이야~ 이여자 남편 벗겨먹는거 재미내더니 완전히 알거지 만들려구 작심

한모양일세 그려~ 그래그래. 최후에 웃는자가 될 내가 그정도야 투자를

하지.까짓거...고추이파리한장정도야~

어깨에 힘 딱주고 창섭은 미영이 주문한 물량을 구입해서 당당하게 야구

장으로 미영을 에스코트했다. 보디가드에 나왔던 캐빈코스트너처럼...

"미영아~ 우리 오늘은 판돈을 좀 크게 키우자! 쪼잔하게 5천원하지말구

이번경기에 크게 쓰자! 난 LG에 5만원 걸었다! "

"오...오..만원이라구? 자기 간크다! 야구한경기에 자그만치5만원이나

걸자구? 아까 약국에서 강심제 사먹었어? 왠지 가슴이 커졌다 했어!

그래...까짓 여태껏 내가 자기한테 긁은것도 있는데 크게 한번 쓰지,

뭐! 주머니돈이 쌈지돈이래는데...이번기회에 내가 용돈 한번 준셈치고

난 삼성에 5만원걸께!"

으아...지지배 인심쓰는척은! 내돈긁어서 뱅뱅청바지 사입을 돈으로 게스

청바지사고 가쉽티셔츠사입는 여자가 누군데? 

여하튼 좋다. 내기에서 오랫만에 이기는 기분! 다음은 월드컵이 기다리

고 있으니 바야흐로 승리의 여신이 나에게로 미소짓고 있음이 아니랴~

하면서 창섭은 당당하게 관중석에 들어섰다.

느긋하게 미영이 빨고 있는 소주팩에 주둥이도 가끔 들이밀어 보면서 경

기를 지켜보던 창섭은 6회가 넘어서면서 흥분해서 벌떡 일어섰다.

"LG화이팅~! 이겨라 LG~ 잡아라 삼성~ LG최고다!"

하며 입에 물었던 오징어파편을 튀기면서 응원을 했건만 이 써늘함이라니

아무래도 섬뜩한 느낌에 주위를 살펴보니 온몸에 쏟아지는 눈초리들...

아~ 응원도 맘대로 못하다니!여긴 삼성의 홈구장이라는걸 잠시 망각하고 

LG를 응원했으니...! 현재스코어 2대 3으로 LG가 이기고 있기는 했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지 않은가? 

이렇게 흥분하며 방방뜨는 창섭과는 달리 미영은 느긋하게 먹을거 다먹으

며 나무젓가락으로 이빨까지 쑤시는 여유를 보이고 있는것이다.

저런걸 승자의 여유라고 하는걸까? 사실 LG가 이겨도 겁나는게 저여자 저

렇게 여유있게 경기를 관전하다가 삼성이 졌다하면 난리 부르스를 땡길까

저기 두려운것이다. 소주팩이 생긴건 정말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가 아닐수 없는 경이로운 발명이다.

만약 오늘같이 LG가 이길경기에 소주병을 들고 왔다면 저여자 소주병을 그

라운드로 던지고도 남을 여자임에 분명했으니까. 특히 내기경기인바에야

더 말해 무엇하리.

잠시 그런생각으로 미영을 관찰하는 동안 경기는 9회로 접어들었다.

여전히 2대3으로 LG가 이기고 있었고 9회말 역전의 기회도 LG의 것이었으

므로 창섭은 관중석인 프라스틱 의자에 깊숙히 등을 기대고 조명아래 

달리고 던지는 선수들의 바디랭귀지를 신이 지상을 내려다 보는 기분으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신이 아니었고 신은 그를 버렸다.

9회초 삼성은 잠자던 사자가 깨어나듯이 포효를 하며 연속으로 홈런을 때

리며 역전의 휘날래를 했고 9회말 LG는 찬란한 역전의 전설을 깨고 무참

하게 6대3으로 깨지고 말았다.

보나마나 내일아침 미영에게 일수이자를 게산하며 돈을 꾸고 있을 자신의

비참한모습이 눈에 또렷한 영상으로 떠오르는것 같았다.

세상에 남편에게 일수놀이를 하는 여자는 저여자 밖에 없을것이다.

"아~ 신이여 저를 버리시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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