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내리는 날 오후 차양막이 쳐진 버스정류장에서 한손에 우산을 든채
쏟아지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서있는 한 남자가 있었대요.
왜 우산을 쓰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남자 대답이 이랬대죠?
"어짜피 비맞는 인생인걸요?"
나역시 때로 비맞는 인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주 며칠간 잠도 덜깬채 정체가 심한 시지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한시간씩이나 졸면서 보통때면 겨우 부스스 깰까 말까 망설일 시간에
엘리베이터나 타야 올라갈까 말까한 15층까지 걷는데는 익숙하지만 여
전히 굳은 다리로 제정신이 아닌채 올라가서 평생 내가 닦아도 닦지못할
만큼의 하루에 서른개씩의 욕실청소를 하며 인내심을 키운다는 핑계를
대며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사람하나 없는 텅빈
물소리만 요란한 공간에 있다보면 사람이 때로 이렇게 단순해지기도 하
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자기는 찬밥먹으면서 나는 꼭 더운밥 챙겨먹이고 싶어하는 울엄마 심정
도 이해도 가고 같이 버스타도 나이든 자신보다 자식 않히고 싶어하는
심정도 조금은 이해가 가고 둥지아래에서 보호받고 자란다는게 어떤건
지도 깨달아지더군요.
물론 안해도 그만이고 누가 하라고 등떠미는 사람도 없지만 가끔은 내
자신이 과보호속에 너무 나약한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면 스
스로 힘든일 찾아 나설때도 있지요. 그리고 많이 힘에 부칠때 드는 생
각은 말이죠
"이런일도 해봤는데 앞으로 어떤일이 닥친다해도 못이겨내겠어?"
다른사람은 이해못할지 몰라도 가끔은 나약해지는 나자신의 단련을 위
해서 체력적으로는 견디기 힘들지는만 한계극복을 위해서는 필요할지 모
른다는 생각에 기회가 있으면 피해가고 싶지않아요.
그래도 오늘은 주말이고 오랫만에 친구들 만나서 수다도 떨고 먼곳에
서 몇년만에 찾아온 반가운 사람과 술잔도 나누고 좋은 날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약속이 엇갈려 혼자 한시간정도 거리를 배회하긴 했지
만 덕분에 서점에서 좋은책들도 구경하고 세일하는 레코드가게에서
이소라의 CD도 고를수 있었으니 그리 헛된시간만은 아니었거든요.
혼자사는일이 그렇게 자유롭지도 멋있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해도
환상만 가지지 않는다면 나름대로 당당하게 살아낼수 있을것도 같아
요. 결혼적령기라는게 나에게는 늦게 올지도 모르니까 언젠가 사랑하
는 남자와 골목길에서 헤어지기 싫어질때까지는 자신에게 지치지않고
살아가야 할테죠.
내일은 하나님도 세상을 만들다가 쉬었다고 하는 일요일, 오빠도 좋은
사람과 함께 평화롭게 쉴수 있는 날이 되시기를 바래요.
근데 난 내일 뭐하죠?
" 즐거운 토요일 토하지 않을 만큼 마신 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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