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내가 좋아하는 만큼의 어둠.
침대위에 기다랗게 누워 방금 벽에 걸어놓은 판넬을 흐뭇한 기분으로
바라보고 있었어요.
베티블루37.2라는 영화 아실려는지? 바로 그영화포스터를 판넬로 만든
것이죠. 육감적인 입술을 가진 여자 베아트리체 달이 턱을 고이고 무
언가 주시하듯 바라보는 사진 본적있어요?
생일을 한달이나 지난후에 받은 생일 선물이라서 더 정이 가는건지도
모르죠.
한달동안 별다르게 바쁜일도 없으면서 전화하지 않았던 친구에게 선
뜻 전화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괜히 미안하면서도 반가워 해줬으면 하
는 기대로 전화를 했더니 대뜸 오늘 만날래라는 인사가 돌아와서 괜
히 어색하면 어떻게 할까 했던 고민이 싸악 가셔버렸죠.
그애와 만날때는 제일서적을 이용하고는 했는데 여전히 그곳에서 만
나기로 약속을 하고 10분정도 늦게 갔더니 머피의 법칙이 적용되는건
지 "정기휴일"이라는 푯말이 붙여진 입구에는 우리들처럼 그곳에서 약
속한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지만 그애는 없고 삐삐만 요란하게 울려대
더라구요.
아침에 책사러 나갔다가 정기휴일인거 보고 다른서점에 갔었다면서
약속장소를 말할때 "응...그래 거기서 보자"라는 그애도 역시 가끔
들고 다니던 수첩같은거 두고 나오는 나처럼 "치매증후군"환자인
지도 모르죠.
돈주고 마시는 커피 자기손으로 가져다먹는거 못견뎌하는 그애답게
요즘은 파리날리는 커피숍에서 삐삐를 쳤더라구요. 늦은건 난데 왜
그애가 계속 미안하다는말을 연발하는건지? 아마도 "치매증후군"
때문이겠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애가 영화판넬 파는곳 아느냐고 묻길래
둘이서 시내에 있는 영화판넬집을 돌아다녔는데 자꾸 내맘에 드는거
골라보라고 그러더라구요. 자기는 영화에 대해서 잘 모른다구.
그래서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베티블루"를 골랐는데 그냥 사버리더
군요. 사실 그거 나두 갖고 싶었던거였지만 나중에 나두 하나 사
야지 했는데 그 부피 큰걸 들고 이애가 웬일인지 우리집까지 갔다
가 간다고 해서 차나 마시고 가려나 보다 했더니 웬걸 집앞에 와서
는 "이거 너생일선물이야"하고 쑤욱 내미는거.
별로 말이 없는 그애에 비하면 언제나 쉬지않고 재잘되는 내말에 
"응"이라는 대답을 하는것만으로도 평상시에 그애가 하는 말보다
몇배는 더하는거라면서도 귀찮아하지도 않고 만나면 편하게 대해주
는 그애가 항상 고맙고 푸근했는데 오늘은 한달이나 지난 생일선물을
챙겨주니 내가 감격하지 않을수 있나요.
내생일 아침에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낮동안 바쁜바람에 깜박해서
하루지나고 또 하루 지나고 그러다보니 한달이 지났다며 우리둘만
오늘이 생일이라고 생각하면 되지않느냐는 말에 사실 생일에 전화
한통 안했던 그애에게 가졌던 섭섭한 마음까지 훌훌 털어버렸죠.
그러고보면 사는 것은 참 재밌기도 하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람사는 세상에서 사람이 사람과 만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게 있
을까요? 
역시 사람은 좋은 건가봐요. 아마도 가슴이 있기 때문이겠죠?그죠?



                                  흐뭇한 기분으로 갱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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