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동상이몽 (3)
미영은 베란다에 기대어 팔을 괴인채 담배연기를 뿜어댔다.
'그여자랑 같이있었어. 우리 결혼식 피로연할때도 묘한 눈빛으로 날 쳐다
보던 그여자... 하필 거기에 그여자랑 있을게 뭐람. 창섭씨 친구말로는
두사람 유명한 캠퍼스커플이었대는데...흠. 웬질투람... '
"띵똥~띵똥..."
"다른데 간대더니 집으로 온거니? 그리고 오늘 차 내가 쓰기로 했잖아!"
"오늘 원래 내꺼였어. 내일 쇼핑에 안따라 오면 되잖아. 뭐~ "
"쇼핑말고 또 있을껄. 배추이파리도 내놔야지~"
"그래..치사하다 치사해. 다른여자한테는 근사하게 저녁사주면서.나한테
택시비준거도 아깝지? "
"너 왜그렇게 유치하게 구니? 너 화정이 모르니? 오호라..그러고 보니 너
질투하는구나? 그래?그런거니?"
창섭이두 이상하게 아까 카사블랑카에서 미영이가 상현이와 같이 들어오는
걸 본 순간 무언가 확 솟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내색은 못하고 괜히 미영이
속을 긁어주고 싶은거였다.
그런말에 그냥 얌전히 있을 미영이도 아니었다. 그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속사포같은 반격이 왔다.
"질투는 무슨. 질투도 사랑해야 생기는 거랬다. 내가 언제 창섭씨 사랑한
다고 결혼하쟀나? 상현이보다 잘해줄거 같아서 그랬지. 내가 잘못선택
한거 같아. "
"야~ 나보고 같이 살자고 한사람이 누군데~나아니면 구제할 사람이 없을
거같아서 델구 살아주니깐 하늘같은 서방님을 못알아보고 기어오르네~!"
"기어올라? 웃기시네...내가 바퀴벌레냐 기어오르게. 혼자사는거 불쌍해서
그런줄모르고...자기 잘나서 그런줄 아네...!"
'저럴땐 정말 확패주고 싶어진다. 무슨여자가...'
창섭은 주머니를 더듬거려 담배를 찾았지만 아까 카사블랑카에 급하게 나오
느라 두고 온 모양인지 없었다. 술이라도 마셔야 겠다는 생각으로 냉장고를
열어봤지만 냉장고에는 미영이 마시는 소주만 잔뜩 들어있었다.
'으...정말 저밖에 모르는 저 이기적인 여자가 뭐가 사랑스럽다고..'
"야~ 너만 사는집도 아닌데 맨날 너먹는거만 사는거야? 생활비 똑같이 내잖
아! 맨날 음식이라고는 식중독 안걸리면 다행이구 자기입에 맞추기나 하구
정말 나니깐 참아주고 사는줄 모르구...."
그러면서 창섭은 홧김에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부어서 맥주마시듯이 벌컥벌
컥 마시는거였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깐 말인데 아내라는 여자가 아침에 밥을 해주나 그렇
다고 와이셔츠를 한번 다려주나. 맨날 자기일하기 바쁘다고 시장도 나보고
보래지를 않나. 그리고 아내 스타킹이나 생리대 사다주는 남편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으읔....취한다...소주도 마실만 하네...너...이쁘다..이쁘다
하니깐 정말 이쁜..줄..아. "...고.. 까..부는..데...까불...지 말라..이거
야...씨~ 남편알기를 지가 깔고 앉는 방석쯤으로 알고..."
하며 미영이를 막 몰아부쳤다. 미영이는 기가 막혀서 한동안 눈만 동그랗게
뜨고 창섭이 하는 모양만 지켜보고 있었다.
창섭은 미영이쪽으로 걸어오다가 무언가에 걸려 풀썩 주져앉았는데 뭔가
손에 걸렸다.
"이게 뭐야? 장미꽃이네...오호라...옛날 애..인이 장미꽃 바구니까지 사
가지고 집에 왔..던 모양이군? 오랫만..에 그렇게 찾아..오니까 기뻤어?
여전히 너 좋아..하는거 같아서?"
'그럼? 장미 창섭씨가 보낸게 아니란 말이야?'
미영은 놀라서 창섭을 바라보며 물었다.
"창섭씨 아침에 장미 보낸거 아니었어?"
"장미? 그딴걸 내가 왜 보내니...니옛날애인이 보낸거겠지..."
미영은 기가 막혀서 할말을 정말 잃어버렸다. 술마시면 사람들이 진실을
말한대더니 그런거였군.
"오랫만에 사랑했던 그녀를 만나고 나니깐 나 보기 싫다 이거지? 그런모양
네. 권태기인모양이지? 뭐 나라고 안그런줄 알아? 남자가 쪼잔하게 머리카
락하나 떨어진걸 못보질 않나 바싹말라가지고 기생오래비같이 생겼으면서
혼자 잘난척은 다하고 나두 아놀드슈바제네거나 미키루크,캐빈코스트너같은
남자가 더 좋았다구! 다만 남편감으로 적당하다 싶어서 결혼하자고 한것뿐
이었어. 나두 뭐 그렇게 좋았던줄 알아?난 권태기 10기는 넘었겠다.
장하다. 석창섭~그렇게 싫으면서 어떻게 1년동안 아무렇지도 않게지냈어?
창섭씨 이중인격자야? "
둘은 서로에게 상처가 될말들만 던져대고 있었다. 마치 오늘로 모든걸 끝내
버릴것처럼 으르릉 거렸다.
둘은 서로 부정하고 있었지만 질투라는 감정이 서로의가슴속에서 맹렬히 두
사람의 싸움을 부추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미영은 침대위에 있던 창섭의 배게를 바닥으로 던지면서 싸늘한 눈길로 창
섭을 노려봤다.
"이거 내침대야. 나혼자 잘거야. 신토불이인 사람이 불편해서 그동안 침대
에서 어떻게 잤나몰라?"
하지만 창섭도 지지않고 벼개를 들고 침대위로 올라갔다.둘은 등을 대고
침대에 보이지 않는 금을 긋고 전쟁에 돌입을 했다.
하지만 창섭은 잘마시지도 않은 소주를 마신탓에 생각과는 달리 자꾸만 졸
음이 쏟아져내리는 눈꺼플을 주체할수가없어서 잠이 들고 있었다.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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