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동상이몽 (1)

1994년 5월 25일 am 8:45

오늘아침도 동전던지기를 했다. 매일아침 둘은 식사를 하고 난뒤 동전던지

기를 한다. 서로가 정한 면이나오면 그날 차의 소유권을 가지는것이다.

창섭은 앞면. 미영은 뒷면을 정했고 동전은 던져졌다.

뒷면. 

미영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식탁위에 있는 차키를 집었다. 그리고 선심

쓰듯이 말하는것이다.

"자기...회사앞까지 내가 태워다 줄께. 가자~"

"저기...나 오늘만 한번 봐주라...응? 응? 응?"

"왜? 어디갈려구? 그럼 내일 쇼핑할때 따라가기다~알았지? 그리고 나 택시

비 줘! 구럼 허락해주지..."

이들부부는 한번이상 묻지 않는다. 리바이벌은 시간낭비인것이다. 그리고

말하지 않는거 억지로 꼬치꼬치 캐물어봐야 알고보면 별거 아니다.

믿고 사는 사회 구현을 실천하고 있는것이 우리의 초짜부부인것이다.

창섭에게 차키를 넘겨주고 배추이파리랑 같은 빛깔인 만원짜리 한장이 손에

들어왔다. 요걸루 뭘사먹을까? 사실 오늘은 외출할일이 별로 없는데...

만원을 순식간에 강도당하고도 창섭은 뭐가 그리좋은지 싱글벙글이다.

'흠..뭔가 있긴 있어. 하지만 언젠가 알고 말꺼야..흐흐...'

"자기...오늘도 운전조심하고 여자미니스커트 조심하고 빠빠~"

얼굴에 의심스러움 같은건 내색조차 하지 않고 나이브하게 창섭의 이마에

입술자욱을 화인처럼 박아주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돌아서면서도 뭔가 좀 걸렸지만 느긋하게 샤워나 

즐겨보기로 하고 현관문에 체인을 거는 순간 의심을지워버렸다.

샤워를 하고 있는데 누가 벨을 누르는거다. 겨우 바디크렌져 발라서 거품

내고 있는중인데 누가 이렇게 타이밍을 못맞추는거람. 

"나가요..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겨우 거품만 없애고 타월지로된 샤워가운을 걸치고 머리엔 타월을 감고 

나가서 체인을 풀지 않은채 내다 보니 장미꽃바구니를 누군가 들고 있는

거였다.

"누구세요? 무슨일? "

"아~네. 꽃배달나왔읍니다. 저희는 바쁘신분들을 위해서 대신 꽃이나 선물

을 배달해 주는 회사입니다. 백미영씨 맞으시죠? "

그제야 겨우 체인을 풀고 장미로 가득채워진 꽃바구니를 받아들었다.

"그런데 누가 보낸거예요? "하면서 바구니가장자리를 살폈지만 아무런 메모

도 없었다.

"저희는 전화로 전화받고 송금확인후 배달을 하는데 주문하신분 성함은 

안밝히셔서요. 그럼 이만. 안녕히계십시요."

5월의 이른아침에 받아든 누가 보낸지도 모르는 장미바구니를 받아들고 

미영은 갸웃갸웃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창섭씨가 나 놀래켜줄려구 보냈구나. 오랫만에 꽃을 받는 기분 좋은데...

역시 내가 남자하난 잘 골랐지. 탁월한 선택이란 이런경우를 말하는거 아

니겠어? 흐흐...좋다...'

샤워를 다시 하기 위해 욕실로 간 미영은 좁다란 공간이 싫어졌다.

'흠..집에 있을땐 이럴때 장미꽃잎을 욕조가득 채워놓고 느긋하게 목욕을

즐겼을텐데...흠...'

괜히 심통이 나서 대충 샤워를 하고 장미향이 나는 샤워코롱을 발랐다.


창섭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1년동안 미영을 위해서 넣은 적금

을 타는 날인것이다.

"석창섭씨.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그집은 권태기도 없수?"

"권태기요? 우린 그런거 영원히 없을겁니다. 태기가 있으면 몰라두..."

"태기요? "

"부인이 임신하셨어요? 그래서 싱글벙글한거예요?"

"네? 아뇨...그랬으면 좋겠다는거지요. 바램이랄까..."

창섭은 갑자기 기분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기라...

26살이면 아기엄마가 되기에 빠른편도 아닌데 미영은 전혀 그럴생각이 없

는거 같았다. 지나다가 이쁜아기봐도 무표정이고. 화장대 서랍엔 언제나

피임약들로 가득차있고...

아기라...아기...우리아기...

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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