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배와 기집애의 사랑보고서>




5. 롱다리와 춤을



"생물과 91학번 한진성입니다."

한.진.성 이라고? 웬지 어디서 많이 봤던거 같다고 했더니 세상에
여기서 저녀석을 만나다니. 그것도 첫미팅에서.
아까 짜장면 멕여서 보내자고 한것도 저녀석임이 틀림이 없어.
이번엔 여자쪽에서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전 수학과91학번 이정숙입니다"
멀대같이 키만큰 정숙이가 먼저 인사를 했고 다른애들도 차례로
인사를 했다. 하지만 남자애들의 시선이 머무르고 있었던건 역시
보미뿐이었다.

"전 김보미라고 해요. 반가워요."

라고 하는 순간 혼자 관심없다는듯  한진성이라고 소개한 남자애도 
깜짝놀란듯이 보미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역시 녀석도 날 기억하고 있군 하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보미의
입가에 번지고 있었다.


둘은 알고보면 국민학교 2학년때 짝이었다. 처음 짝이 되었을때 부터
이상하게 둘은 앙숙이었고 책상에 금긋고 전쟁을 했었다.
시험칠때는 절대로 보여준적이 없었고 무슨 시합을 해도 꼬옥 둘은
다른편에서 대결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것 같았다.
하지만 속으로 보미는 진성이를 조금은 좋아했던거 같았다.
녀석이 씨익웃을때 보이는 새로한 은빛 이빨이 좋아보였던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보미는 그런내색없이 씩씩하게 진성이와 싸우서 이기곤했다.
항상 시험을 쳐도 진성이보다 잘쳤고 녀석보다 달리기도 잘했다.
진성이는 항상지는게 억울했던지 가만있는 보미의머리칼을 잡아당기고
도망가기도했고 고무줄을 끊는건 예사였다.
그러다3학년이 되면서 둘은 반이 갈라지게되어 서로 게운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보게 되는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인사를 했다.
그런인사때문은지 졸업할때까지 둘은 한반이 된적이 없었다.
그러면서 서로를 잊어갈때 쯤이었다.
학교복도를 마구 달리며 장난을 치던 진성이가 다른애들한테 밀려서
복도창가에 서서 책을 읽고 있던 보미를 밀면서 둘이 같이 넘어진거다.
같이 넘어진 그들은 서로를 확인하고 적의를 불태우며 악악댔다.
그러다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입학하던 날이었다.
입학식을 끝내고 걸어가던 보미의 눈에 바로 담이 붙어 있는 바로옆학교
교복을 입은 진성이가 보였다. 악연이었다.
6년동안 그들은 서로 보게 되는 일이없기를 바라며 부딪히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하느님 아빠에게 빌었었다.
그렇지만 어느날 보미가 남자학교랑 붙은 담벼락을 지날때 보미의 
바람결에 날리던 머리카락에 무언가 떨어져 붙었다.
껌이었다.
사나운눈을 하고 담위를 올려다 본 보미는 질겁을 했다.
진성이가 검도복을 입고 서서 혀를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다음부터는 절대로 보미는 담벼락밑으로 지나가지를 않았다.
그렇게 6년을 보내고 대학에 입학해서 처음으로 미팅을 하는날 둘은
또다시 마주하게 된것이다.


하지만 진성이와 보미는 서로 모른척 시치미를 떼고 서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남자애들은 빨리 파트너 정하자고 서둘렀지만 보미가 서로를 좀더 
알고난후에 파트너를 정하는게 낳겠다고 말하는 바람에 모두들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때부터는 모든게 보미마음대로 였다.
보미가 배고프다고 함박스텍이 먹고 싶다고 한남자애를 쳐다보며 윙크하자
그남자애는 그렇게 하자고 모두들에게 말했고 물론 진성이가 의의를 
달았지만 다수의 의견에 따를수밖에 없었다.
보미는 무얼 하자고 할때마다 다른남자애에게 윙크를 해댔고 물론
보미가 원하는대로 되어갔다.
보미가 원하는대로 밥을 먹고 맥주도 한잔하고 다시 커피를 마시러
커피숍엘 갔다.
그때가지 보미가 원하는대로 다 해주던 남자애들이 이젠 파트너를 
정할때가 되었다고 박박 우기는 바람에 파트너를 결정하게 되었다.
여자애들이 소지품하나를 내면 남자애들이 하나 골라잡아서 소지품주인과
파트너가 되기로 했다.
보미는 손톱깍기를 내고 멀대같은 정숙이는 장미꽃이 수놓아진 손수건을
내놓았었다.
남자애들은 전부 그 손수건이 보미의 것일거라고 착각하고 전부
서로 그손수건을 가질려고 남자애들간에 보이지 않는 투쟁이 있었다.
미인은 승리하는자의 차지라고 서로들 눈싸움을 벌렸다.
하지만 보미의 손톱깍기를 잡은것은 느긋하게 앉아있던 진성이었다.
다른남자애들이 뒤돌아 있을때 진성이는 슬쩍 보미가 핸드백에서
손톱깍기를 꺼내는걸 훔쳐봤던것이다.

"이 손톱깍기 주인이 누구죠?"

이런 저웬수가 내걸 잡다니...왕재수다. 하필 저녀석이람.

"저...전대요."

손수건이 보미것일 거라고 눈싸움을 하던 남자애들의 표정이 멍해져
버렸고 진성이만 묘한 웃음을 지었다. 승리의 미소를.
일단 파트너를 정하고 나자 남자애들의 떨뜨름한 표정이 고스란히
얼굴에 남아있었다. 
5월의 축제때 파트너를 데리고 가기 위해서 나온 미팅이어서 전부들
어떻게든 파트너가 필요했지만 보미가 아닌 다른 여자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거였다.

"파트너 정해졌으면 우리 이젠 찝어집시다! 먼저 실례~"

진성이가 보미의 팔을 잡고 커피숍을 먼저 나와버렸다.

"너...김 보미맞지?  S국민학교 다녔던...맞지?"

참나..알면서 왜 묻니..에잇...모른척헤버려.아는척해..

"네 . S국민학교 나온건 맞는대요. 왜 반말이죠?"

"아..미안..내가 생각없이 반말했군. 참 우리 어디가지?"

마져마져..내가 오늘 애들 벗겨먹기로 한걸 끝까지 실천해야지.
녀석을 모른척하고 살살 녹여서 벗겨먹어야지!으라차~

"얼마전에 새로 생긴 나이트크럽이 물좋다던대....요!"

그러자 녀석의 표정이 약간 굳어져버렸다.호호...아마도 아까
좀 무리한 지출었을껄. 나이트 크럽까지 간다면 아마도 녀석은
집에 걸어가야 할거야..에고 신나라~

"그래...그러지..모...좀 비쌀테지? "

"돈 걱정되요? 그럼 말구요...집에나 가죠.머..."

"아냐아냐..어디지? 거기가? 가자구..."

오호라~ 니가 지금 내앞에서 호기를 한번 부려보겠다는데...
두고보자..그래..최후에 웃는자가 누군지.

둘은 새로생긴 A호텔나이트 크럽엘 갔다. 거긴 고등학생들이
다니던 음료수를 팔던 곳이랑은 틀린곳이었다.
보미는 아까 택시안에서 진성이가 택시비를 낼때 그의 지갑안을
들여다 보았었다.  호호..아마도 그집 기본료를 내면 집에갈
택시비는 없을거 같았다.
웨이터한테 자리를 안내받고 보미는 스테이지에 나가자고 진성이를
끌어냈다.
서로 어색한 눈길을 주고 받으며 약간씩 몸을 흔들며 춤을 췄다.
웬수와 춤을...
 
"나 잠시만..."하고 보미는 화장실 가는척하면서 나이트 크럽을 
슬쩍빠져나왔다.
입가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아까 일부러 그녀석이 사는 동네를 물어봤던것이다.
여기서 방촌동까지 걸어갈려면 한참걸릴거다. 일부러 그걸 염두에
두고 방촌동에서 멀고 자기집에서 가까운 수성못까지 왔던거였다.

'내가 뭐 지가 좋아서 나이트크럽 가자고 한줄 착각한 모양이지.
욘석아~ 착각왕자 한.진.성~ 바로 그건 너의 착각이었어~~~~!!!
후후...~에고 고소해..에고 신나...역시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그렇게 혼자 조잘거리면서 기본요금밖에 안나올 택시를 잡아타고
보미는 신이났었다.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화장을 지우고 맛사지까지 하고 느긋하게
홍차도 한잔 마시며 음악을 듣다가 잠이 들었다.


"따르르르릉~~~~~~~!따르르르릉~~~~~~~!~~~~!"


<다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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