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동안 얼굴에 철판깔듯 두터운 화장으로 무장을 하고 행진하듯 씩씩한
걸음으로 가을햇살 쨍쨍한 오후를 걸어야 했던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오늘
은 홀가분은 기분으로 일당10만원이라는 거금을 받았읍니다.
괜히 주눅들까봐 어깨에 힘주고 안면근육은 더 팽팽히 당기면서 나른한
표정으로 손님을 기다리는 가게를 들어설때면 어느새 조심스러워져서
그런내색을 상대편이 눈치챌까봐 더 당당한 표정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다니다보니 겨우 이틀사이에 사람들 관상까지 훤하게 꿰뚤을 지경에
이르렀달까?
내나이또래의 아가씨들은 귀찮은 표정이면서도 잘 응해주지만 삼십대에
들어선 아저씨들은 할일없이 신문이나 뒤적이거나 드라마를 재방송해
주는 유선방송이나 보며 하품을 하면서도 바쁘다며 거절을 하고 자기
지역문제에 관한 설문인데도 무관심하고 귀찮아하면서 막상 자기에게
불리한 정책이 펼쳐지면 입에 거품을 물고 비판을 하기 마련이겠죠.
가끔 친절한 사람을 만나면 삐삐가 들어왔을때 공짜로 전화도 하고 껌
이라도 하나 건네받기도 하고 첫날은 무지 힘들어 이일을 내가 왜 하
나 하는 생각에 의욕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담날은 사람들의 심리가 약
간 파악이 되어서 미끼를 준비했어요.
우리나라 사람 복권싫어하는 사람이 없죠. 더더군다나 공짜로 복권을
긁을수 있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구요.
다음날엔 설문조사에 응해주면 복권을 준댔더니 아주 쉽게 겨우3-4시
간만에 설문조사를 끝냈어요. 물론 친절한 사람들에게는 복권을 건네
주고 영 안통할것 사람한테는 기어코 설문조사를 받고는 복권이야기는
꺼내지도 않고 내가 긁었죠. 명덕로타리에서 영대로타리에 있는 작은
가게는 물론 부동산이며 심지어 남대구우체국에 들어가서 높은 자리에
앉아계신분에게 부탁도 하고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문구로 우리
를 맞는 파출소의 순경아저씨까지 이틀동안 내가 만난사람들이 아마도
몇백명은 되는가봐요. 아마도 이런일 계속하면 길거리에 자리깔고 관
상을 봐도 좋을것같네요.
일이 끝나고보니 나한테 남은 복권이 스무장은 넘었어요. 운이 있었던
지 5백원짜리부터 5천원짜리까지 계속 당첨되는 바람에 복권파는 승차
권판매소앞에서 거의 20분이나 동전으로 복권을 긁었죠. 물론 마지막엔
복권긁던 동전에 묻은 가루만 털어내고 빈손으로 돌아서는 최후를 맞긴
했지만 대충 즉석복권 긁는 사람들 심리는 이해가 가더라구요.
아르바이트비로 받은 수표두장은 웬지 이틀동안 고생했던건 싸악 잊어
어리고 길거리가다가 주은 돈처럼 괜히 공짜같아서 뿌듯한 맘으로
이걸 어디에 쓸까 고민하다가 백조로 전직한 덕분에 가까이 하기에 너무먼
당신이 되어버린 미용실에가서 털갈이를 하기로 했죠.
꼬불꼬불 삶은 라면 뒤집어쓴것 같던 머리를 다림질한것처럼 말끔히
펴내리면서 아르바이트하며 받은 스트레스도 털어내었죠.
푸른하늘밑 햇살좋은 거리를 피로와 스트레스로 굳은 등위로 찰랑이는
느낌을 누리며 지나치는 사람들의 옷구경, 표정 구경을 하고 어디 따
스하고 푸근한 스웨터하나 없나 두리번거리다 우아한여자들한테만 어
울린다는 연한 보라색스웨터도 하나 고르고 내주머니에 오랫만에 동전
소리가 가신줄 어떻게 알았는지 열심히도 삐삐를 치는 친구를 만나
50년대 서부스타일이라는 삼덕동 카페에 앉아 우리나이를 이야기하고
쉽게포기하고 힘든거 견뎌내지못하는 내성격에 대하여 구박내지는
비판을 받으며 병이 맘에 들어 자주마시는 하이네켄을 마셔댔죠.
나이들은 여자가 겉보기에 초라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을 지키는 것
조차 얼마나 힘든 일인지 멋있고 당당하다는건 다른사람들의 시선보다
자기 스스로의 자신감이 우선한다는걸 깨달았죠.
나이들은 남자는 멋있고 당당하게 살기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
지?
나이들은 여자 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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