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속으로 떠나는 여행 :::


2. 땅끝가는길 (1)


3월7일7시...

고속버스터미널에 6시52분에 도착해서 이리저리 둘러봐도 땅바닥에 딱
붙은 지지배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흠흠흠...
대구엔 고속버스터미널이 한군데 집중되어 있지 않다. 서울방면이랑 부
산이나 대전방면, 그리고 경남이나 전라도 가는 고속버스는 전부 다른 
건물에 있는것이다.
그중에 가장 깨끗하다는 이유만으로 만날 장소로 결정한곳은 서울방면의
터미널이었다. 화장도 안한얼굴로 터미널 끝에서 끝까지 왔다갔다 해봐
도 지지배는 오지 않았다. 7시58분...누군가 등을 두들기는 감각에 당연
히 지지배일거라고 생각하고 험악하게 표정을 굳히며 돌아섰더니 부스스
한 아저씨가 껌을 내밀며 사란다. 망설인 시간 3초.
수퍼에 가면 180원이면 살 껌을 몇배나 더 주고 사고야 말았다. 괜히 껌
하나 안샀다가 좋은기분으로 나선 여행길에 초를 치긴싫었으니까.
7시59분49초. 동짜몽같은 지지배가 배낭하나 달랑매고 등산모자를 눌러
쓴채 희뿌연 입김을 뿜어대며 성난 기차처럼 달려오는게 저만치 보였다.
헥헥헥~ 나 안늦었지? 그래 너 시계집딸이다...7시 땡땡땡~

"우리 어디갈까?"

"우리 가는데까지 가보자..."

"어디?"

"후후...가는데 까지 가봐야 땅끝까지 밖에 더 되겠니?"

지도를 펴놓고 땅끝이 어디쯤인지를 확인하고 도로를 살펴봤다. 순천쯤
이면 땅끝에 가는 버스가 있을법하다고 결정하고 순천행 버스를 타기 
위해 길건너편 전라도행 터미널로 갔다.
다행히도 하루에 겨우5번쯤있는 순천행버스가 7시30분에 있단다. 
스포츠조선을 하나사고 버스에 올랐다. 신문을 다봐갈때쯤엔 서서히 배
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밥달라고.

"너 밥먹었어? "

"아니~ 아 허둥댄다고 잊었는데 배고프다...뭐좀 먹자!"

사실 말이지 나야 원래 끼니때를 챙기는 편은 아니지만 내친구는 다른건
참아도 밥은 꼬박 챙겨먹어야 산다는 철칙을 가훈처럼 받들고 사는애다.
진주휴게소에서 1000원짜리 우동을 사서 엉거주춤 선채로 혹시나 버스가
우릴 팽개치고 떠나면 어쪄나하는 불안감으로 인해 고추가루를 잘못넣어
서 우동면발보다 고추가루가 더보이는 우동을 먹기보단 들어붓고 있었다
고 하는 편이 옳았다.
순천까지 가는동안 우린 뱃속의 전쟁에 신경쓰느라 차창밖의 풍경들은 
어떠했는지 기억조차 못했다.
드듸어 순천...순천고속버스 터미널에 내린 우린 일단 우리가 가진 군
자금을 확인했다. 난 달랑5천원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비장의
무기인 현금카드가 있지 않은가!각자 10만원씩을 공동출자했다. 
거금 20만원을 내 벨트색에 넣고 우린 씩씩하게 전라도땅 순천의 거리
로 나섰다. 괜히 대구사람티 내서 구박받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로 길을
물을때도 우린 또박또박 서울말을 쓰고 있었다.
가증스럽게도 난 평소에도 서울말씨를 잘 흉내내는 편이었고 지지배역시
어릴적 서울에서 자란터라 부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는지 사람들은 
우리가 찾는 시외버스정류장가는 길을 잘도 일러주고 있었다.
2번버스를 타고 시외버스정류장엘 내려보니 장날도 아닌데 난장이 서있
었다. 과일이며 산나물이며 조그만 자판위에 늘어놓은 햇살에 익은 얼굴
들이 정겨웠다. 어차피 우린 시간을 정한것도 아니고 행선지를 정한것도
아닌바에야 난전이 벌어진 좁다란 길목들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댕겼다.
고추가루투성이인 우동으로 채워진 배가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는지라 일
단 무언가 더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공용정유장옆에 있는 시장안으
로 들어섰다. 김밥이며 순대며 그런것들을 파는 가게가 줄지어선 골목안
에서 가장 먹음직하게 보이는 가게로 들어섰다.
나야 아까도 언급했다시피 별로 끼니에 연연해 하지 않는터라 친구만 김
밥하나를 달랑시켰다. 그래도 주인아줌마는 굵직한 김밥을 두줄이나 썰
어주고 거기다 어묵을 둥둥띄운 국물이며 열무김치에 배추김치까지 내어
오시는거였다. 혼자먹기벅차다는 친구의 요청에 못이기는척 먹다보니 어
느새 둘다 먹다 지칠지경이었다. 2000원으로 두사람분의 식사를 해결하
다니하는 뿌듯한기분을 만끽하며 아줌마가 서비스로 건내준 껌을 씹으며
유유히 걸어나오던 길목에 노란 귤들이 자꾸만 우리발걸음을 주줌거리게
만들었다. 세상에나...탱자만한 귤6개에 1000원이라니...원!
12시45분. 해남가는 버스를 타고 2시간남짓 덜컹거리는 버스속에서 궁뎅
이 맛사지를 받으며 졸다보니 해남공용버스정류장이라는 글씨가 자다깬
눈에 들어왔다.

"아저씨 대흥사가는 버스 어디서타예?"

아뿔사~! 졸다가 깬 상태라 긴장이 풀려서 사투리 튕겨져 나오고야 말았
다. 괜히 훑어보는 낯선눈초리를 감당하며 사람없는 승차권자판기에서 
대흥사가는 군내기본요금인 350원짜리 표를 두개 끊어서 나무판자를 철
재로 엮어놓은 등받이없는 의자에 앉아 괜히 지도를 폈다 접었다하고 말
았다. 대흥사가는 30분남짓동안 고산윤선도의 유적지인 "녹우당"가는 안
내판도 보이고 숙박단지라는 안내판도 보였다.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과 동행이없어보이는 남자말고는 대흥사입구에 내
린 사람은 우리둘밖에 없었다.
두륜산 대흥사가는 입구엔 매표소가 있다. 일인당 800원을 문화재 관람
료라는 명목으로 받고있었다. 그래 공짜가 어딨냐하고 기분좋게 산책이
나 할 요량으로 길 양옆에 즐비하게 늘어선 잘생긴 전나무숲을 향하여 
몇발자욱 내딪지도 않았을때 뒤에서 들려오는 우리발걸음을 잡는 목소리
라니,원!

<다음편으로 계속 이어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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