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은 갑자기 소름이 와싹 끼치면서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속에는 그남자와 둘뿐이고 무슨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도와줄수가
없을거 같았다. 샤론스톤이 나왔던 "원초적본능"의 엘리베이터속의 살인장
명이 떠올라서 그남자에게서 조금이라도 떨어져볼려고 뒷걸음을 쳐보지만
금방 차가운 엘리베이터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네...맞..아..요."
미영은 떨지않으려고 했지만 목소리는 순식간에 공포에 질려버린채 말이
억지로 소리가 되어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의 목소리는 경쾌했다.
"그러실거 같았는데 맞군요? 반갑습니다. 전 옆708호 사는 신진호라고 합니
다. 지난번에 책 출간하셨죠? "향수뿌리지 않는 여자"?"
대답하려는데 어느새7층에 도착했는지 문이 열렸다.
미영은 내려서 고개만 끄덕이고 수박을 안고 또박이며 자기집인 705호쪽으
로 걸어갔다.
하지만 남자는 자기집쪽으로 가지않고 미영을 따라왔다.
"그책 표지안에 있는 사진보고 알아봤어요. 평소에는 화장 안하시고 사시
는 군요? 더 좋아보이네요..훨씬 어려보이시구요.."
"네.그렇게 보아주시면 고맙네요. 저 집에다와서 이만 들어가 보겠어요.
그럼 안녕히"
"저...사인하나 해주시면 안되겠어요?"
문앞에서 그렇게 실갱이를 하는데 창섭이 비누거품 투성이인채로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수박사러 수박밭에 갔었어? 왜 이렇게 늦은거야? "
그러자 그남자는 창섭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이러는거다.
"안녕하세요? 미영씨 오빠시군요. 일요일이라서 오셨나봐요?"
"오...빠 요?"
창섭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영을 째려봤지만 미영은 소리내지 않고 입모
양으로만 "아냐"라며 손을 가로로 휘저었다. 수화처럼.
"저사람 우리오빠 아니에요. 남편이지."
"에? 남편이요? 에게게...미영씨가 무슨 남편이있어요? 에이 거짓말하지
마세요! 이 오피스텔에 혼자사시잖아요!"
"에? 혼자살기는요. 이남자랑 여기서 1년동안 살았는데..."
"내가 계속 지켜봤을땐 혼자 다니시던데...그래서 혼자사시는줄..."
708호남자는 실망해서 시무룩해진 표정이었다.
옆에서 둘의대화를 듣던 창섭이 708호남자한테 손을 내밀며 인사를 했다.
"어쪘거나 반갑습니다. 전이집에서 미영이랑 같이사는 남자 석창섭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실망한표정 지을거 없어요! 미영이같은 여자는 눈크게
뜨고 찾아보면 수없이 많아요. 이웃인데 앞으로 알고지내죠.
참 들어오세요. 차라도 한잔하시고가세요!"
"뭐? 나같은 여자 많다구? 정말야? 그럴거야~ 수박화채 없다!칫~"
708호집 남자 신진호는 혼자 살면서 컴퓨터회사에 다니고 있었다.그래서
컴퓨터통신으로 미영의 글을 읽기도했고 미영이 작년에 낸 책을 보고
가끔 오피스텔에서 부딪힌 여자가 백미영이란걸 알았다는것이다.
미영이와 창섭보다 2살많은 28살이었지만 금새 친해지고 말았다.
수박를 넣고 과일화채를 만들어 진호와 셋이서 맥주를 한잔씩 하면서 오늘
의 해프닝에 대해서 이야기 하며 웃어댔다. 특히 미영이 "원초적본능"의
장면을 상상하며 공포에 질렸던걸 놀려대면서.
"근데 미영씨는 아무리봐두 23살이상은 안보여요. 그러니까 내가 결혼했다
는 상상을 안했죠. 창섭씨 동갑이라지만 앞으로도 신경좀 쓰셔야겠어요!
나같음 불안해서 출근도 못할거 같은데...후후~"
"후후...그래서 저도 그런걱정 때문에 빨리 조기노화현상이 오나봐요.
자기 바쁘다고 맨날 라면먹여서 노화가 촉진된다구요...신형은 절대로 결혼
일찍하지 마세요. 특히 이쁜여자랑은요..히히~"
창섭은 은근히 아내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창섭과 진호가 맥주를 마시는동
안 미영은 소주를 홀짝거리며 마신덕분에 볼이 발그레해져 있었다.
"정말? 나 이뻐? 이제야 시인하는군. 이쁜여자랑 결혼했다는걸! 결혼해서도
나처럼 장미꽃 받는여자가 많지는 않잖아! 근데 그 장미꽃 보낸사람 누굴
까? "하면서 구석에 놓여있는 장미꽃을 쳐다봤다.
"아! 갑자기 장미꽃값이 아까워지는 한남자가 있었으니 그사람 이름은 바로
신.진.호 라면 아시겠우?"
미영이와 창섭은 멍해져서 맥주를 마셔서 붉어진건지 부끄러워서 붉어진
건지 머쓱한 표정으로 두사람을 바라보는 진호를 마주보고는 한참은 가만
있다가 나중엔 누가 먼저 웃었는지 세명다 정신없이 웃어대고 있었다.
<다음에 이어집니다>
붙임말 : 부부이야기를 쓴다고해서 혹시 실화나 아니면 제가 유부녀의
경험을 살려서 쓰는거 아닌가 하는데 제발 그러지마세요!
전 아직 결혼한번 해보는게 소원인 노처녀랍니다. 실화아닙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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