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의 그대에게.

이렇게 하늘이 가라앉기 시작하면 창밖을 내다보며
비를 기다리기 시작해요,난.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으로 하루를 지날때면
어김없이 비는 내리기 시작했죠.
창밖이든 내맘속이든...
인디언핑크빛 장미를 한다발쯤 화원의 물통에서 사무실의
꽃병으로 옮겨담으면서 커피생각이 나는거 있죠...
가을엔 비와 커피만으로도 충분히 젖은 맘으로 지낼수
있을거 같아요...물론 음악이 빠지면 허전 할테구...
비냄새는 나를 가을속으로 젖어버리게 해요.
젖은 시간속에서 난 언제나 처럼 내안의 그대를 그리워
해요.퇴색하지 않을 그리움으로 그대를 기다립니다.
이렇게 창가에 빗물이 얼룩져갈때쯤엔 언제나.
눈높이 만큼이나 성큼 다가서버린 회색빛 하늘 한자락이
손에 닿을것처럼 유리창에 가득 채워진 이즘엔
쌉쌀한 갈색의 차를 달여요...
짙은향기속에서 미지의 그대를 떠올려보기도 하구.
세월속에서 우린 어떤모습으로 마주서게 될런지
설레이는 맘이기도 하고.
거의 모든것이 미지인 지금 .
아마도 쓰는 나도 받는 그대두 모두 감정이 얼마간
비슷할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쨌든 불투명 베일속에
숨은쪽은 나일테니 당신의 궁금함이 더할수도 있겠
지만 그러나 정확히 판단해보면 단연 불리한쪽은
분명 나일거 같은데.
왜냐면 종을 울리는 쪽은 나이고 당신은 어느날 문득
그저 울림만 듣는
그래요 그 울림만 듣는...

지금은 아주 오랫만의 평화롭고 부족함이 없는 오후.
좋아하는  노래가 돌고 있고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가슴아파할수도 있고 좋아하는 투명한 머그잔에
커피도 담아놨구. 
비가 내리고 가을같은 서늘한 날씨.
그리고 그리운 사람하나 가슴에 담아놔서
더 좋은 오늘...
내평화속에 갇힌 그대도 나처럼 평화로운지?
그럼.안녕.


             구월 여덟번째날에

                             평화로운 창가에서
                                      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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