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반지/장편시리즈
[소설] ***** 자유시대 부부 ***** (36)
종이반지
2012. 1. 10. 22:04
36. 그섬에 가고 싶다! <1>
미영은 아침출근해서 내가 책상에 안자마자 전화를 했다.
"석창섭씨 전화왔어요. 목소리가 통통튀는데요.부인은 아닌거 같구~"
올해 같이 입사한 윤희정이 뾰로퉁한 표정으로 수화기를 흔들고 있었다.
24살인데두 미영보다 한두살은 더 들어보이는 얼굴에 같이 근무하는동안
그녀를 찾는 남자전화는 고작해야 그녀아버지거나 오빠정도일터였다.
그래서 나에게 오는 여자의 전화는 거의 신경질이 배인 목소리로 바꿔주
지만 그녀에게 화가 나기는 커녕 측은한 마음이 들뿐이다.
"지금 뭐해?"
"방금왔어. 지금 막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걸! 뭐 잊었어?"
"그런건 아냐. 근데 자기 휴가 언제야?"
"잠깐만, 휴가계획표보고"
"이번주아냐?이번주면 좋은데..."
"담주월요일부터 휴가야. 갑자기 왜?"
"그럼 우리 일요일에 여행가는거다. 끊어!"
미영은 창섭이 뭐라고 그럴사이도 없이 전화를 내려버렸다. 이번휴가에
는 서울가서 부모님 만나뵙고 와야한다고 하는 말을 하기도 전에 눈치
빠른 미영은 자기할말만 하고 전화를 끊는것이다. 여우같으니.
"따르릉~~~~~~~~~!"
"여보세요. 석창섭입니다"
"나야~"
"왜?"
"뽀뽀"
수화기에 천둥소치처럼 크게 입술을 쪼옥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빨리해줘"
"안돼"
"왜 누가 옆에 있어?"
"응"
"그래두 해줘!"
미영은 아마도 내가 할때까지 수화기를 들고 있을게 뻔해서 난 조그맣게
입술을 열었다 닫았다.
"안들리는걸....칫"
"오후에 삐삐쳐.알았지?"
미영은 창섭에게 전화를 걸고 난후 기다란 바게뜨빵하나랑 포도쨈이 든
유리병을 들고 슬리퍼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며 복도를 걸어 708호집 진호
가 사는 방으로 향했다.
"진호씨~ 아침먹자!"
하지만 반응이 없는거다. 이남자가 또 밤새워서 프로그램짠다고 끙끙댄
모양이라고 투덜대면서 아슬아슬하게 빵과 쨈을 한손으로 안고 뽀빠이
바지앞에 달린 주머니에서 키를 꺼내서 단번에 끼워넣었다.
"기상!!!!!!"
"제발 잠좀자자...응? "
진호는 일어나기는 커녕 침대시트속으로 자꾸만 파고 들기만 하는것이다.
미영은 진호의 투정에도 아랑곳없이 창문에 가까스로 매달려있는 커튼을
열어 동굴처럼 침침한 방안에 빛이 쏟아져 들어오게 해버렸다.
"정말 이방은 칙칙하고 음침한 동굴같애. 이런방에 어떻게 살아? 그리고
설걷이는 도대체 언제 할거야? 지난번에 우리랑 저녁먹을때랑 그룻수
가 몇개더 늘었다는것 빼구는 달라진게 없잖아? 그리고 이 있는거 아냐?
아무리 키울생물체가 없다구 이는 키우지 말자구. 으~ 이 시큼한 냄새.
정말 홀애비 냄새가 이런거구나 하는게 실감나는군~이런꼴을 본여자는
절대로 진호씨랑 결혼안할거야. 정말 안일어날꺼야?"
"쿨~~~~~드르렁~~~~쿨쿨~~~~~~~"
"좋아! 비상수단이 있다. 정아한테 당장 오라구 그래야지!"
"잉? 정아씨?"
"정아전화번호가 뭐드라? 마져. 743-38**이지?"
"아~ 스톱!!!!! 그래그래 내가 일어나야지. 그럼~ 일어났다!"
"진작에 그럴것이지"
진호는 지난번에 정아가 우리집에 놀러왔을때 보고 난후 거의 며칠동안
정아씨 뭐해? 어디살아? 결혼안했지?라는 질문공세를 펴면서 내뒤를
x마른 강아지마냥 졸졸 따라다녔다.
정아한테 잘보이려고 평상시에는 전혀 안그러면서 샤워도 하고 면도도
하고 거기다 다리미는 그냥 장식품쯤으로 취급하던 남자가 싸악 다림질
된 바지차림으로 왔더란 말이야. 난 그때 알아봤지 이남자가 정아한테
뿅갔다는 사실을. 요즘은 정아 이야기만 꺼내면 쥐약이라는 진리를 터득
한 나는 진호에게 정아를 빌미로 진호의 코를 꿰고 맘대로 휘두르지.
"근데 나 그냥 일어나두 돼? "
"그래 그냥 일어나지 뭐 들고 일어날거야?"
"정말이지?"
"그래!"
"그럼 나 그냥 일어난다 그럼 후회하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