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반지/장편시리즈
[소설] ***** 자유시대 부부 ***** (22)
종이반지
2012. 1. 10. 22:01
22. 비코사이드환자
브라인드에 햇살이 가득 비쳐들고 섹스어필하다는 이유만으로 듣고 있는
프린스의 "Purplle rain"을 들으며 느긋하게 누워있던 창섭은 차츰 얼굴색
이 누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벌써 21분하고도 18초가 지나고 있는 이순간 미영이는 아직도 욕실겸 화장
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것이다.
처음엔 넓지도 않은 방안을 왔다갔다 하던 창섭이 거의 죽을상이 되어서
화장실 문에 기대어 서서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미영아~ 너 20분넘었어. 어제 비코사이드 안먹었어? 좀 챙겨먹으라니깐
나까지 고생시키냐~ 나....급..하단.말야.."
점점 목소리가 구겨지기 시작했지만 닫혀진 문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유롭기 그지없다.
"나 겨우 20분밖에 안됐어... 그리고 아직이야..좀만 기다려~"
그러구는 흥얼흥얼 노래도 부르며 신문넘기는 소리가 나는것이다.
"으~~~~~~~~~~~! 나 더...는...못참는단 말야...당장못나와~"
"흐흐..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잖아. 참아~ 인내하는 지식인이 되는
연습을 하도록! 거기 신문몇개 있을껄~ "
"아니 지금 x싸게 생겼는데 인내하는 지식인? 신문있다구? 지금 나보고
신문보라는 이야기야 신문에 x싸라는거야~! 이런경우를 두고 화장실 들어
갈때 맘틀리고 나올때 맘틀리다는거지? 야비하게..."
아무리 그래봐야 자기볼일 다보기전에 나올여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
는지 창섭은 바지허리춤을 꼭잡고 종종걸음으로 겨우겨우 708호에 갔다.
"어~ 창섭씨 아침부터 웬일이세요?혼자사는 내가 불쌍해서 아침초대?"
하는 신진호의 말에 대답도 못하고 손살같이 화장실로 달려들어갔다.
"으응...아이고 시원하다...바로 천국의 문이 바로여기구나. 그래서 불가
에서 화장실을 "해우간"이라고 한 이유를 깨달겠군..흐흐..아 좋다 좋아~"
볼일을 무사히 끝내고 창섭은 비누거품을 퐁퐁내어 손을 씻으며 콧노래를
불렀다.
"창섭씨네 화장실은 어쪄구 아침부터 남의집에서 실례를 해요? "
문밖에서 신진호가 소리를 질렀다.
손씻고 난 게운함과 허리아래고민을 해결한 창섭은 너무도 가쁜한 얼굴로
이러는거다.
"이건 선배로서 충고인데 말이죠. 절대로 생각많이 하는여자랑 결혼하지
마세요. 그건 곧 변비가 있다는 증거이며 아침시간의 고민거리로 등장하
거든요. 아님 돈많이 벌어서 전용화장실을 만들어 주든지~ 명심하세요!"
"아니~ 그럼 그렇게 이쁜 미영씨가...변..비?"
"변비라고 말하지마세요. 다만 비코사이드환자죠.흐흐~ 진호씨도 화장실
필요하시면 우리집으로 건너오세요. 그리고 제말 명심하세요~갑니다!"
창섭이 문열고 들어서자 그제야 미영은 성공(?)을 했는지 신문을 가지고
나오는거 같았다.
"역시 화장실에서 신문보면 경제적이란 말야. 일거양득 일석이조 아니겠
어? 자기 자 여기 신문있어. 오늘 볼거 많더라. 커피 내가 끓일께!"
"됐네.이사람아. 세상에 30분만에 나오는 사람이 어딨냐? 역시 결혼은 살
아보고 하는건대...내가 불행을 자초했으~!"
창섭의 투덜거림이 들리는지 마는지 미영은 커피메이커에 커피를 넣고 커
피잔을 고르고 있었다.
킬리만자로나 모카같은 커피보다 2배는 비싼대도 미영은 꼭 블루마운틴을
사가지고 오는것이다. 그것도 교동시장에 있는 도매상에가서.
다른건 싼걸 좋아하면서도 커피나 자기가 피우는 담배를 살때는 가격을
따지지 않고 산다. 커피마실때 만큼은 귀족이 되고 싶다나?
그래서 커피잔도 영국산 본차이나를 고집한다. 가볍고 맑은 소리가 나는
고급스러운 문양이 그려진 찻잔을.
커피가 추출되는 동안 미영은 전화를 건다. 매일아침 전화를 거는곳이 있
다. 화장실가는거만큼 잊지않는게 아침에 전화거는일이다.
창섭의 눈치를 보고 자기전화를 들지 않고 미영은 창섭의 전화기를
다.
"안돼,또야! 맨날 지꺼 안쓰고 내꺼만 쓴단말야. 전화요금은 안보태면서~"
"쉿~!받으셨단말야.조용히해~ 네...네 아버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냉수잊
지않고 식전에 2컵드시구요? 그럼요. 네. 아버님 말씀대로 창섭씨전화로
전화 거는거니깐 전화요금 걱정마세요. 네.아버님 저두 아버님 뵙고 싶어
요. 이번주에 찾아뵐께요. 네. 그럼 내일 전화 드릴께요"
"아휴~ 저여우!네네 아버님...이래! 니가 점수따는데 내전화로 전화는 왜
하냐. 전화요금은 내가 물고 점수는 지가 따구!"
"너무 그러지마라. 사실 알고보면 내가 창섭씨대신 효도해드리는거잖아.
그런데 고작 전화요금 몇푼가지고 그렇게 치사하게 굴거야? 얼마된다구
남자가 쪼잔하게 그러냐...아버님이 그러라고 그러셨단말야!"
"아버님도 완전히 니 여우짓에 속아 넘어가셨군. 하지만 너 이번에 서울
가면 과히 좋은소리는 못들을껄! 아마 울엄마 이러실거다. 애도못낳는여
자는 여자도 아니다!"
"뭐? 내가 애못낳는다구? 웃겨. 안낳는거지 못낳는거야! 오호~그러고보니
부모님한테 지원사격을 부탁하셨다? 왕치사빤스다!그런다고 내가 넘어갈
줄 알고?"
요즘와서 창섭은 부쩍 아기이야기를 많이한다. 특히 친구애 돌잔치나 백
일집만 다녀오면 시무룩하다. 길거리 지나다가 어린애보이면 괜히 멈춰서
서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쇼핑나가면 장난감가게에서 괜히 서성거리기도
하고.
미영은 그런창섭을 볼때마다 괜히 맘이 썰렁해지는 기분이다.
'아이 생기면 맨날 아기만 이뻐하고 난 찬밥되는거 아냐?'
미영은 커피를 두개의 잔에 가득 채워서 창섭의 손에 하나 쥐어주고는
작지만 센 오디오에 CD판 하나를 골라서 play버튼을 눌렀다.
마이클 볼턴의 절규하는듯한 목소리가 노래를 한다. "when a men loves
a wo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