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반지/장편시리즈
[소설]***** 자유시대 부부 ***** (11)
종이반지
2012. 1. 10. 21:58
11. 신혼트러블 - 깔끔표 남편
결혼 1년 하고도 20일째. 난 정말 결혼전에는 빨래가 힘든건줄 모르고 살았
다. 김희애가 선전하는 "한스푼"광고처럼 정말 물에다 "한스푼"넣고 빨래
담궈두면 빨래가 다 되는줄 알았다.
빨래하는데 그렇게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줄을 미쳐몰랐다는게 나의 비극인
지도 몰랐다. 세탁기를 사용한다해도 세제도 골라서 사용해야 하며 섬유유
연제도 필요하며 널고 나중엔 게키기까지 그렇게 많은 공정이라니...
뭐 빨래 못하는게 자랑은 아니다. 하지만 난 정말 천성적으로 빨래에는 적
성이 맞지 않는거 같다.
그에 비해 나의 남편 석창섭은 빨래도 무지 잘한다. 햐얗게 선명하게 그
리고 깔끔하게 다림질까지 잘한다.
물론 첨에는 내가 빨래를 했다. 최선을 다해서. 하지만 내가 한빨래는 꼬옥
그가 한번씩 더 빨는 것의 반복이 되면서 우린 결정봤다. 빨래는 그의 담당
으로.
사실 연애하는동안 그의 흐트러지지 않은 단정하고 깔끔한 헤어스타일하며
항상 뒷주머니에 얌전히 게켜져있는 손수건. 반짝이는 구두까지 그런 그의
청결감이나 단정함이 좋았었지만 그건 그냥 지켜보기만 할때의 이야기다.
남의 떡이 커보인다 그런게 이런경우에 해당하지는 않겠지만 남일때의 그
는 좋았다.
내가 머리감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다 보면 항상 바닥에 머리카락이
떨어져있기 마련이다. 나중에 치우면 그만일텐데 나의 꼼꼼한 신랑은 그걸
두고보지 못한다.
"아우....더러워...지저분해....자기 혹시 탈모증있어?"
"더..러...워? 내가? 그래 난 더러우니깐 옆에 오지도마!"
이런식으로 우린 자주 다툰다. 그리고 그는 나랑 같은 컵도 사용하지 않는
다. 심할때는 컵의 손잡이 있는 쪽으로 입술을 대고 마실적도 있다.
급하게 약속이 있어서 옷갈아입고 그냥 나가버리고 난후에 돌아와보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말끔하게 치워져있다.
그리고 그는 개수대에 그릇이 담겨져있는걸 두고 보지 못한다. 말끔히 치
워놓아야 게운하다는것이다.
그가 퇴근할 시간이 다가 오고 있다. 나의 취미는 요리.
"룰룰루~ 그럼 내가 좋아하는 어묵잡채를 만들어볼까? 아님 치즈라면?"
혼자 결정하기 아리송해서 그에게 삐삐를 쳤다.
"자기야? 응...오늘 우리 뭐먹을까? 치즈라면 어때? 그래..참..올때 그
거 하나 사다줘...응...위스퍼 날개달린거말야...그래...고마워..쪼옥~"
우린 둘다 나가있는경우엔 자동응답기에 메모를 남겨두고 아니면 이렇게
쇼핑할게 있으면 밖에 있는 사람이 사가지고 들어오게되어있다.
그게 나의 스타킹이든 아니면 생리대이든 그런건 상관없는 것이다.
난 내가 무지 요리에 소질이 있다는 생각인데 창섭씨는 내가 새로운음식을
개발해 낼때마다 새파랗게 얼굴이 질리고는 한다. 마치실험용 생쥐처럼.
오늘 내가 할려는 "너게치"는 널리 알려진 유명한 음식이다.
너구리라면을 끓이다가 다익어갈무렵에 계란을 넣고 그위에 살짝 슬라이스
치즈한잔을 얹으면 되는 훌륭한 음식이다.
"자기 맛있지? 그치? 나요리연구가로 직업을 바꿀까? 응응?"
창섭은 솔직히 미영이 뭔가 개발했다고 말할때마다 바짝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거의대부분의 음식들이 요상한 맛도 맛일뿐만 아니라 꼬옥 그음식
들을 먹고 난후에는 화장실이 그리워지는것이다. 그것도 줄기차게.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가 열심히 만든음식에 싫은 소리를 할수는 없지 않은
가?
"으응..그럼...누구솜씨인데. 그치만 나만을 위해서 요리하는 미영이가 난
더 좋다라?"
'사실 말이지 괜스리 요리솜씨 자랑한다고 다른사람에게 멕였다가는 단체식
중독을 면하기 어렵지않은가? 흐~그래도 날 위해서 뭘 만들기 좋아하는 그
녀가 난사랑스럽다. 화장실이 날 부를때는 예외지만.'
우린 TV를 볼때 광고를 주로본다. 어떨땐 광고만 보고 TV를 끌때도 있다.
우리가 좋아하는광고는 "OB아이스맥주"와"한불화장품의두앤비""데미소다"
"마몽드" 그런 종류의 광고들을 좋아한다. 감각적인것들.
아니면 "베스트셀러극장"이나 "드라마게임"같은 신인작가들이 쓴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 미영이 글쓰는데 도움이되기 때문이다.
어떨땐 하루에 90초동안 광고를 보고 TV를 끄기도 한다. 15초짜리 광고를
6개보고 나면 딱90초인것이다.
"아후~졸려. 창섭씨 고만자자. 나 피곤해. 좀 안아다줄래?침대까지~"
"그냥자? 화장은 안지우고? 으..지저분해. 역시 결혼은 살아보고 하는건가
봐? "
"그래서 나 싫어? 그런거야? 그래 알았어.알았다구 ..칫"
벌써 창섭은 화장대로 사용하는 칼라박스에서 "야채맛사지크린징"을 내려
가지고 오고 있었다. 미영은 어린애처럼 얌전하게 창섭의 무릎을 베고
누워서 배부른 고양이처럼 만족한 울음소리를 내는것이다..
사실 우리남편 결백증때문에 이럴때는 난 행복한거같아. 화장지우기 싫어
서 그냥 자려면 그는 기어코 크린징크림으로 얼굴을 섬세하게 닦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안아다가 비누거품 퐁퐁내서 말끔히 씻겨서 샤워코롱까지
발라주는것이다. 그럴땐 결벽증있는 남편이 너무도 사랑스러운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맘에 안드는게 있다. 기껏 분위기 잡고 키스하려는데
" 립스틱 지우고 키스하자..응"
하면서 휴지를 집는것이다.아...북금곰이 지나가는 그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