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반지/장편시리즈

지지배와 기집애의 사랑보고서 7

종이반지 2012. 1. 9. 22:26
 <지지배와 기집애의 사랑보고서>




7. 비 그리고 추억만나기 


한남자가 우산을 털고 있는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약간 긴 뒷머리가 눈에 익어보였다.
혹시 눈에 뜨일까 싶은 생각에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였다. 

'왜 하필 이시간에 여길온담...저녀석이랑 난 정말 악연인 모양이군.
누구랑 약속한 모양인데 제발 이쪽으로는 안와야 할건대.,

진성은 만날사람이 아직 안온모양인지 두리번 거리지도 않고 기다란
몸을 숙여가며 이층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제발 이쪽으로는 오지 않기를 바라는 보미의 기대와는 다르게
고개를 숙인채 뚜벅뚜벅 그는 다가오고 있었다.
보미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제발 그가 알아보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그는 보미의 바로 눈앞에 그는 멈춰서버렸다.

"저 실례지만 이자리 제가 항상 앉던 자리인데 양보하시면 안될까요?"

보미가 숙였던 고개를 들자 그와 눈이 마주쳤다.

"제가 먼저 앉았으니 제자리 아닌가요? 다른자리 알아보시죠!"

보미도 지지않고 마주 쳐다보면서 되받았다.

"그렇게는 하기 싫은대요. 그럼 서로 방해받지 않게 의자를 2개씩
나눠갖죠. 어때요? "

"그러든지 말든지 시야를 가린 기다린 다리 좀 치워주시죠!"

어제와는 다른느낌이었다. 어제 그와 부딪혔을때의 적개심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이건 뭐지.이건...아마도 비때문일거야...비때문...'

그와 마주쳐다보기 싫어서 물컵만 만지작 거리고 있을때 다시 딸랑이는
종소리가 들리고 두사람이 들어서는게 보였다.
미나였다. 그리고 뒤에 들어온 사람은 어디서 본 사람같았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좀처럼 기억이 날거 같지는 않았다.

"미나야. 여기야~ " 손짓을해서 미나를 불렀다.

그런데 미나의 뒤에 있던 남자도 같이 올라오는것이다.
'미나가 나모르게 애인을 숨겨뒀었나?기집애~ '

"미나야...니애인이니?"하면서 미나뒤로 눈짓을 했다.

"아니. 누구말이니? 누구세여? 왜 따라오시는거죠?"

미나 바로뒤에 있던 남자가 진성옆에 앉으면서 보미를 보며 아는척을했다.

"아니...보미씨 아냐.. 이게 어떻게 된거죠? 정말 오랫만이네요.
반가워요. 진성이랑 둘이 약속? "

"아...이제 기억나는군요. 병준씨군요. 약속은 무슨.
제가 먼저 앉은 자린데 억지로 눌러앉는군요. 참나...원!"

무슨영문인지몰라서 두리번 거리던 미나도 대충 짐작을 한모양이었다.

"둘이 에전에 애인? 맞니?보미야? "

"애인아냐. 그냥 알고 지냈던 사이일뿐이야."

"마자요. 우린 그냥 알고 지냈던 사이일뿐이에요...
인사나 하죠. 전 한진성이라고 합니다. 미나씨라구요?
이쪽은 제친구 전병준이라고 해요. "

"인사는 무슨...알고 지낼필요 있어요?"

미나는 남자애들쪽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진성의 얼굴을 알아봤다.

"아~~~~ 그러보니 어제 볼링장에서 보미랑 부딪힌 분? "

미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보미와 진성을 번갈아 쳐다보는데 보미가
미나의 팔을 꼬집었다.

"아얏~왜 꼬집어잉...차라리 날 죽여라..앙앙~ 조게 맨날 꼬집어..C!"

전부들 놀라서 미나의 팔을 쳐다보는데 꼬잡힌 자리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무심결에 꼬집어서 엄청 아팠던 모양이었다.

"미나야..미안미안...나가자..이제...아픈거 내가 호~!해주고 맛난거
사줄께..모 사줄까? 응? 미나야...미안.."

"그런데 둘다 웬일로 여기를? 우연치고 묘하네요..."하면서 이번엔
병준이가 진성이와 보미의 얼굴을 두리번 거리는거였다.
보미는 이번엔 꼬집지도 못하고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하면서 애궂은
핸드백만 만지작 거렸다.

"일요일이라고 느긋하게 잠좀 자려는데 글쎄 진성이가 전화를 해가지고
남의 잠을 방해하잖아요. 글쎄. 갑자기 여기서 왜 만나자는건지,원 .
그러고 보니 오늘 보미씨 만날려고 여기온건가봐요...우연이라...
우연치고는 좀 묘하죠? 그죠? 미나씨? 미나씨 맞나? "

"미나야 고만 안나갈래? 그럼 나 먼저 갈께."하면서 보미는 일어서
버렸다.
먼저 나오긴 했는데 우산을 가지고 나오는걸 잊어버렸다.
하지만 우산가지러 다시 들어가긴 싫었다. 그냥 오랫만에 비를
맞아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먼저 손을 내밀어 보았다.
차가운 느낌이 손바닥위를 스쳤다. 손을 내민채로 한발자욱씩  빗속으로
걸어가보았다.
그런데 빗방울이 손바닥위로 떨어지지가 않았다.
비가 그쳤나 싶어서 위를 올려다봤다.
누군가 우산을 뒤에서 바쳐주고 있었다.


<다음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