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반지 2012. 1. 6. 22:04
여전히 안녕?
또 하룻밤이 지나고 이제 이틀밤만 지나면 네가 오리라는 기대로
하루를 시작했어.
마치 기약없이 먼길을 떠난 엄마를 기다리는 꼬마가 손가락을 접
었다가 하나씩 펴며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룻밤, 또 하룻밤
을 헤아리듯이 그런 심정으로 나역시 잠에서 깨어나면 그 하룻밤을
지운다.
지난밤 꿈에서는 네가 악역으로 등장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아마
그랬다면 그렇게 꿈에서 깨지 않기위해 요란한 전화벨소리를 무시
하며 그대로 자지는 않았을테지.
꿈에서 울리는 전화벨소리라고 생각을 했는데 뒤곁에서 "전화 좀
받아라"라는 엄마의 고함소리만 아니라면 여전히 꿈속을 헤메며
너를 만나고 있었을테지.
여전히 9시면 난 혼자가 되어있다. 채식주의를 일관하는 엄마 덕
분에 종류대로 사다나른 라면봉지가 안스러웠는지 엄마가 나가기
전에 시장보라면서 웬일로 돈을 쥐어준거 있지.
아침에 일어나면 내 아침식사는 언제나 엄마가 갈아놓은 케일즙이
전부였는데 오늘은 바쁜지 언제나 싱크대위에 놓여있던 녹색액체가
담긴 컵이 보이지 않는다. 그 머리속까지 쓰게 만들것 같던 한컵의
녹즙도 없으니까 웬지 아쉽다.
부엌귀퉁이에 라면봉지를 힐끔쳐다보긴 했지만 그걸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말 엄마 말대로 내입맛은 까다로운것일까?
웬지 오늘아침은 그 지겹던 케일녹즙을 마시고 싶어졌다. 그렇다고
부엌바닥에 눌러앉아 내속으로 흘려넣을 녹즙을 만들기 위해 엄청
난 소음을 감수하며 녹즙기속으로 케일조각들을 밀어넣을 엄두는 
나지 않는다.
오늘 아침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고 벽시계의 추가 움직이는 소리
만 확대되어서 온통 그소리만 가득하다.
서울의 네방에 있을 고양이자명종이 생각이 난다. 제키만한 나팔을
옆구리에 세운체 빈방을 지키고 있을 그 가여운 고양이...
아마도 하루종일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거 있을 그고양이자명종이
나와 비슷할것 같아. 그녀석은 하루를 기다리면 네가 돌아오지만
난 며칠밤을 헤아리며 널 기다리는게 다르다면 다르겠지만.
그녀석 이뻐해줘. 우리가 잠든 시간이면 그속으로 내가 들어가 있
을지도 모르니까. 내대신 네잠을 깨우고 내대신 너의 잠든 머리맡
을 지키는...
이제부턴 책을 끝까지 읽고 다른책을 읽기로 했다. 지금은 신경숙
의 두권짜리 소설"외딴방"을 읽기 시작했어. 그책을 다읽기전엔
다른책에 눈길을 주지 말아야지. 언젠가 말했듯이 신경숙이라는
여자가 쓰는 소설은 사람을 물밑바닥으로 끌어내리는것 같은 느낌
으로 책을 읽게 만든다. 지금도 그런기분이야.
어제는 많이 추웠다. 지난겨울 그추운날에서 느끼지 못했던 추위
를 겪고 있다. 네가 없어서 얼마나 추운지...
네말대로 75번버스를 타고 범어로타리에 내려서 걸어올 작정을 하
고 75번버스를 탔는데 막상 타고나니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걸어 올
라갈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나서 그만 시내에서 내리고 말았어.
그리고 집으로 올 버스를 기다리는데 얼마나 추운지 샌들에 뚫린
구멍사이로 내발가락이 꽁꽁 얼어버리는것만 같았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10시부터 네전화만 기다리느라 전화기와 눈씨
름을 했다. 전화벨이 울릴때 마다 경기를 하면서 네목소리가 아니
라서 실망해서 시무룩해지고...
나 요즘 많이 칭얼거려서 속상하지? 괜스리 나 안보고 싶어할까봐
서 반어법만 늘었다,그치?
"나 밉지?" "나 안보고 싶지?" ...
그런말들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 내가 우습긴 하지만 그래도
아니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잠시후엔 세수하고 시장보러 갈까해. 근데 먹고 싶은게 없다. 여전
히 입맛이 없다. 뭘 사다가 해먹을까?
넌 입맛잃지 말고 씩씩하게 잘먹고 시간나면 많이자고 나 많이 보고
싶어하고 그래야 돼. 그리고 내꿈속에선 악역맡지 말고...
좀이따 통화했음 좋겠는데. 나 오늘은 하루종일 집에 있을지도 몰라.
빠빠~


                             보고싶어서 죽을 지경인  갱이가.


<부록> 김치찌개

재료: 김치,파,고추,참치(햄통조림)
양념: 식용유,다시다,소금,마늘,고추가루

순서:1>적당한크기로 썰은 김치랑 다진마늘을 식용유2숟가락정도
       넣고 볶는다.(먼저 식용유넣고 냄비가 뜨거워지면 볶는다.)
     
     2>볶은 김치에 물을 부어 팔팔끓이다가 참치와 고추,파를 넣은
       다음 소금은 조금만 넣고 다시다를 작은 숟가락으로 2숟가락 
       정도 넣고 끓인다.(참치가 없으면 햄통조림을 사서 적당한 크
       기로 잘라 넣어서 끓이면 부대찌개도 될것임)
        
       (*소금은 처음에 조금만 넣어서 간을 보면서 더 넣어도 됨.처
        음부터 많이 넣으면 짜서 못먹고 물을 더 부으면 국이 될지
        도 모름)  
       
       (*맵고 얼큰한것을 좋아한다면 고추가루를 찌개가 끓은 후에
         넣어야 함.)

       (*식용유가 없으면 참치를 따면 기름이 있으니 그것으로 김치
         를 볶으면 되고 식용유로 김치를 볶았다면 나중에 참치를 넣
         을땐 기름을 버리고 넣어야함)

        (*모든재료를 처음부터 같이 넣어서 끓이면 익는 속도가 다르
          기 때문에 참치는 부서져서 국물맛이 너무 탁해지고 파는
           너무 물러서 찌개맛이 안남)